유방암 치료제 임상3상 계획 공시에도 1%대 하락 마감10일째 한 자릿수였던 공매도 거래비중이 20%에 육박주주연대 "호재에 늘어나는 공매도는 시세조종성 거래"모니터링 나선 17종목 주주···"불법 공매도 직접 잡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LB생명과학은 지난 1일 전 거래일 대비 1.18% 하락한 1만2600원에 마감했다. 올해 1만3000원대로 거래를 시작한 HLB생명과학은 지난 5월 1만7000원대까지 급등했지만 2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상태다.
문제는 전날(7월 29일) 장 마감 후 회사 측이 유방암 치료제 '파이로티닙'의 국내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날 HLB생명과학은 파이로티닙과 카페시타빈 병용으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국내 유방암 임상 3상 가교 임상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파이로티닙은 중국의 대형 제약사인 항서제약이 자체 개발한 경구용 표적항암제다. 지난 2020년 HER2 전이성 유방암의 2차 치료제로 중국내에서 정식허가를 받은 뒤 가파른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HLB생명과학은 파이로티닙의 한국 독점 라이선싱 계약을 항서제약과 체결하면서 파이로티닙의 임상개발 및 판매 등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갖게 됐다.
HLB생명과학은 다음날인 1일 오후에도 "파이로티닙의 국내 상용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보도자료를 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호재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를 '공매도'에서 찾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1일) 개장 직후 JP모건 등 주요 공매도 창구에서 HLB생명과학에 대한 프로그램 매도 물량 약 20만주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날 HLB생명과학의 공매도 거래량은 총 20만9946주로, 전체 거래량의 19.12%나 차지했다. 최근 10거래일 째 10%를 밑돌았던 공매도 거래비중은 호재 발표 직후 20% 가까이 치솟았다.
HLB생명과학 주주 A씨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대량의 현물과 대차물량을 쥐고 있는 공매도 세력은 정보력과 자금력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며 "호재로 주가가 오를 때 대규모 공매도 물량 출회로 주가를 누르면 개인투자자들도 결국 빠져나오기 마련"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에이치엘비(HLB)와 HLB생명과학은 지난 5월 호재가 있을 때도 공매도 폭격에 휘청거린 종목"이라며 "불특정 다수의 공매도 세력이 일시적으로 모여 한꺼번에 매도하는 건 명백한 주가조작행위"라고 비판했다.
빌린 주식을 미리 파는 투자기법인 공매도는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을 때 주로 쓰인다. 공매도는 주가 거품 방지와 적정가격 발견이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호재가 있을 땐 공매도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한 시세조종 행위에 가깝다는 게 개인투자자들의 지적이다.
HLB생명과학은 앞서 지난 4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3상 임상(병용) 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단기간에 4차례나 공매도 과열종목에 지정됐다. JP모건과 일부 국내 증권사 창구의 시세조종성 공매도 거래를 조사해달라며 금융감독원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28일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매도와 연계된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처벌 의지를 다진 바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처벌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직접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국내 17개 종목의 주주연대는 최근 '공매도 주가조작 상시 모니터링 연대'를 발족했다. 이들 종목은 에이치엘비를 비롯해 셀트리온, NHN, 한국전력, 한화, 씨젠, 포스코홀딩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사조산업 등 공매도 거래가 많고 주가가 눌려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매도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개인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시세조종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 집중 매수 방식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불공정한 공매도 거래를 알리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일 개인투자자 30여 명이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 가운데, 공매도 모니터링 연대도 최근 조선일보 1면에 지면광고를 게재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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