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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태산인데···강석훈, 부산이전 강공에 '산'으로 가는 '산은'

할 일 태산인데···강석훈, 부산이전 강공에 '산'으로 가는 '산은'

등록 2022.09.02 15:23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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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신속 이전' 발언에···노조 '강경대응' 예고 다음달 금융노조 총파업 동참하고 독자적 집회도"조직의 수장임에도 대통령 눈치보기 급급" 비판

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사진=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본점 부산이전을 둘러싼 산업은행 노사 갈등이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두르라는 대통령의 주문에 강석훈 회장이 '신속한 이전'을 약속하면서다.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로 현안이 산적한 와중에도 국책은행 수장이 불필요한 사안에만 매달리면서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노동조합원 400여명은 전날 본관 8층의 강석훈 회장 집무실에서 항의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다음달 16일 금융노조 총파업을 통해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한편, 독자적인 쟁의활동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강석훈 회장과 산업은행 노조의 전면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산업은행 노조는 매일 출근을 앞둔 오전 8시30분부터 20분간 본점 1층에서 '부산 이전 반대' 시위를 이어왔다. 대치 국면 속에서도 정해진 근무시간을 충실히 지킴으로써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산업은행의 노사 관계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강석훈 회장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부산신항에서 열린 '비상경제 민생회의' 자리에서 "산업은행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이전해 해양도시화, 물류도시화, 첨단 과학산업 도시화로의 길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 회장은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산업은행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당연히 산업은행 직원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부산 이전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강 회장이 무작정 이를 밀어붙이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4일 열린 은행 현안 설명회에서도 사측은 부산이전과 관련해선 원론적인 내용 외에 이렇다 할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성명을 통해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역금융 규모 확대, 유망 신산업 지원은 모두 정책금융, 산업은행이 가장 큰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서울에 집중된 금융시장으로부터 떨어져서 그리고 거래기업 69%가 소재하고 있는 수도권에서 쫓겨나 대체 어떻게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배후세력은 소위 '윤핵관'이라 불리는 부산 정치인"이라며 "이들은 거래 기업이나 도움이 필요한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제때 필요한 금융지원을 받지 못해 파산하거나 심지어 국가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금융노조는 산업은행지부 2500여 노동자와 함께 부산 이전을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산업은행 수뇌부가 부산 이전 건에 치중한 나머지 중요한 사안을 전혀 챙기지 않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점이다.

대우조선 건이 그 중 하나다. 산업은행은 연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이 무산된 이후 외부기관에 의뢰해 경영컨설팅을 진행했다. 조만간 결과를 토대로 매각 재추진 여부 등을 결정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도 산업은행이 신경을 써야 할 과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건부 승인' 방침을 내놓은 이래 미국·영국·EU 등 6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기다리는 중인데, 최근 들어 심사가 다시 재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주 경쟁 당국은 지난 1일 두 항공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강 회장과 산업은행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장기간 하청노조 파업 사태로 대우조선이 차질을 빚었을 때도 강 회장은 소극적인 태도로 도마에 올랐다.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선 강 회장을 향한 의구심도 상당하다. 산업은행의 최고경영자임에도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해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야겠지만, 내부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견이 큰 사안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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