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가계·기업 합해 12조2000억 부담 늘것"민간 소비 위축에 경제 성장률까지 끌어내릴 수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2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해 3.0%로 운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2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00%로 2.50%포인트나 뛰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을 합해 이자 부담은 12조2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를 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산술적으로 인상폭이 0.50%포인트가 되면 증가액은 6조5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 1년 2개월 간 늘어난 이자는 3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대출자 한 사람으로 계산해보면 1인당 164만원씩 늘어났다.
문제는 한은이 연내 한번 남은 내달 금통위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대외여건을 살펴야겠지만 적어도 0.2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화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다시 한번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등의 긴축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한은 역시 세 번째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 역시 "시장의 기준금리 3.5% 전망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 수준이 3.0%인만큼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기준금리가 더 오르면 대출 금리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단이 7%를 돌파한 만큼 연말에는 8%대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가 약 13년 만에 7%를 넘어선 상태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미국의 빠른 긴축 전망 등의 영향으로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서는 것은 약 14년 만이다.
가계 뿐 아니라 기업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릴 경우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9000억원 늘어난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에 대응책으로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기업대출 잔액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만큼 부실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현재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 포함) 잔액은 694조8990억원으로, 작년 말(635조8879억원)보다 9.3%(59조111억원)나 증가했다.
이자부담이 늘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등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제 지표는 악화일로는 걷고 있는 가운데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9월 수출은 1년 전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쳐 넉 달째 한 자릿수를 기록한 가운데 수입액은 수출액을 웃돌면서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은 0.7%였는데 민간소비 기여도가 1.3%포인트였다. 민간소비가 살아나며 성장률을 이끈 것인데 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에 커지면 소비의 기여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성장률과 관련해 "11월에 (한은의) 새 전망치 나오는데 데이터를 봐야 한다"면서 "기준금리가 50bp 올랐으니 대외여건과 금리 인상 효과로 성장률이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2% 밑으로 떨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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