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교수·대학원생 등 MZ 214명 설문조사공감과 배려 나눠야 행복, '정서적 교감' 응답↑MZ 60% "부모보다 더 나은 삶 기대하고 있다" 물가 상승·저출산·고령화 등이 성장 저해 원인
- 편집자주
- 한국경제가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갈등 등 대외 여건 악화에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로 인해 수출과 소비 모두 위축된 상황입니다.
뉴스웨이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우리 경제 주력 세대로 부상한 MZ세대에게 이 위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향후 우리 경제를 책임질 이들에게 위기를 돌파할 해법도 들어봤습니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 직장인, 공무원, 교수, 대학원생 등 214명의 MZ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MZ세대는 새로운 경제 활력 방안을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뉴스웨이는 조사 결과를 현 정부의 '경제 아젠다'로 제안하고, 경제리더들의 생각을 더해 한국경제의 '혁신의 길(New's Way)'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성과급은 초과 이익분에 대해 다시 재분배하는 개념 아닌가요? 주 52시간 넘기고 특근해가며 목표치 달성해놓으면 회사는 위기라고 하는데, 왜 매년 영업이익이 늘어났는데도 성과급 줄 시기만 되면 위기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난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 지급 논란이 일었다. 그 중심에는 MZ세대가 있었고 당시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들의 반응은 날카로웠다. MZ세대가 생각하는 보상에 대해 윗세대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정작 MZ세대는 윤택한 삶의 기준으로 안정적인 직장이나 실력에 따른 보상 등이 아닌 공감과 배려를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친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MZ세대는 자신과 자신의 2세들이 부모 세대보다 더욱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다만 현재는 치솟는 물가 등으로 녹록지 않다고 판단했다.
◇'공감과 배려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친구, 사회의 존재'가 최우선=25일 뉴스웨이가 MZ세대 2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윤택한 삶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공감과 배려를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친구, 사회의 존재'라는 답변이 29.44%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실력에 따라 보상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21.5%)가 2위에 올랐으며 '자가 소유의 집'(16.36%), '안정적인 직장'(14.95%), '충분한 자기만의 시간'(14.02%) 순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MZ세대가 그만큼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존재를 중요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직장 내 성공이나 보상 등 물질적인 부분보다 정서적인 부분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풀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열심히 하면 부동산 등 물질적인 조건들을 과거 부모 세대가 누렸던 것처럼 나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현재는 그것이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인 등을 통해 희망의 불씨를 키워보려 했으나 그마저도 심각한 투자 손실을 입게 되면서 현실 불가능하다는 자각이 있었던 것"이라며 "대신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친구를 우선시하는 것은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과도 맞물린다. 최근 전 세계 20~30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조용히 그만두기(on quiet quitting)'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글로벌 영상 플랫폼 틱톡에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20대 남성 자이드 칸이 글로벌 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조용히 그만두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영상은 "당신의 일이 당신의 삶은 아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한 남성의 모습이 나온다. 여기서 '조용히 그만두기'는 곧 퇴사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단 직장에서 업무와 성과를 잘 내기 위해 무리하거나 애쓰지 않는다는 의미에 가깝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19세 이상 인구 중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2년 전보다 4%포인트(P) 증가한 48.2%였다. 반면 2년 전보다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은 8.7%p 감소했으며 가정생활을 우선시한다는 응답은 4.6%p 증가했다.
이는 더 이상 MZ세대가 한 회사의 임원이 되기 위해 혹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자신의 모든 걸 '올인'하지 않고 자신의 삶과 가치에 더 무게를 둔다는 뜻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간한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2' 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언급된다. 저자는 MZ세대가 내가 일하는 조직이 나의 강점과 기여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과급, 근로 수당, 노사협의 등 MZ세대가 표출한 사안만 조명해 해결책을 찾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일에 대한 가치관 변화는 취업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3년여간 소셜·온라인 미디어(카페·블로그, 커뮤니티, 지식in 및 잡플래닛)에 나타난 MZ세대의 중소기업 취업관련 데이터 26만8329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올해 MZ세대 구직자의 관심도는 '근무시간'이 25.8%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9년만 하더라도 '자기성장가능성'이 40.5%로 가장 높았다.
◇미래 전망은 긍정적, 현재는 물가상승 우려=MZ세대가 그리는 자신과 자신의 2세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었다. 뉴스웨이가 진행한 설문 가운데 '부모 나이가 됐을때 현재의 부모님보다 더 윤택한 삶을 살 것이라 믿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6.54%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2세들이 향후 현재의 자신이 누리는 물질적 풍요 이상의 좋은 환경 속에서 살아갈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에도 절반(55.61%) 이상이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그만큼 앞으로의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공존하고 있었다. 자신과 자신의 2세가 부모 세대보다 더 윤택한 삶을 살 것이라고 믿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경우 주로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를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른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70년~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연평균 3.1%씩 감소해 2018년 0.98명을 기록했고 고령화 비율은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OECD에서 가장 높았다.
현재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는 '물가상승'(29.91%)을 꼽았다. 이어 '부동산·주식 시장 등 자산시장 과열'(20.25%), '금융시장 불안'(14.33%), '생산성 약화 및 성장 둔화'(13.40%) 등이 MZ세대로부터 많은 표를 받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MZ세대 연령층은 아직 소득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월세, 식대 등 필수 항목의 물가가 크게 올랐다"며 "윗세대는 석유파동 등 물가상승에 대한 경험이 있지만 MZ세대의 경우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체감도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처럼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 금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결국 그렇게 되면 부채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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