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강조되며 보수적 기업문화 탈피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지속가능경영 가속화수평적 호칭제 도입하고 임직원 간 대화 늘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일파마홀딩스는 계열사 내 근무 복장 및 호칭 문화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일파마홀딩스는 최근 직급 호칭을 없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위함이다. 직급 호칭을 '매니저'로 일원화하고, 체계 또한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통합, 간소화했다. 이는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를 비롯해 제일약품, 제일헬스사이언스 등 전 계열사에 적용된다.
앞서 6월에는 '효율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복장 규정을 '정장 착용'에서 '노타이 근무'로 개편했다. 제약업계는 혹서기를 제외하고는 정장 및 넥타이 착용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탈(脫) 정장 문화 확산에 따라 제일파마홀딩스도 임직원의 업무 효율과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정을 개편한 것이다.
제일파마홀딩스 관계자는 "권위주의적 문화 탈피는 물론 직급이나 세대 간 장벽을 낮추고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기업이 되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 림 대표이사가 직접 나섰다. 임직원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에 나서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존 림 대표는 내부에서 '좐(John)형'으로 불릴 정도로 친근한 존재로 알려진다.
그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4공장의 부분 공장 가동을 기념하고, 임직원 격려를 도모하기 위해 오는 31일까지 '좐 식당'(John's Diner)을 테마로 한 푸드트럭 행사도 기획해 진행 중이다. 특히 존 림 대표는 직접 셰프 복장을 하고 배식을 진행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 이목을 끌었다.
이사회 멤버들도 현장 배식을 통해 임직원 격려에 동참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들도 푸드트럭 행사 기간 동안 차례를 정해 배식을 지원했다.
푸드트럭은 서로 소통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존 림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부터 총 4차례 진행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의 임직원 사기 진작을 위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존 림 대표는 푸드트럭 외에도 다양한 이벤트로 임직원과의 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27일과 28일에는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로 기획 된 중식 간담회 '10월의 어느 멋진 날' 행사가 열린다. 참여를 희망하는 입사 1년 미만의 신입사원 16명이 존림 대표와 사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그의 집무실에서 다과를 함께 하며 궁금증을 해소하고, 생각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존림 대표는 신입사원이 경영진의 멘토가 돼 상호 경험을 공유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임직원 공청회, 리얼토크(Real Talk)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소통 문화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존 림 대표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위해 수평적이고 유연한 소통 문화는 필수"라며 "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젊고 역동적인 '원 팀(One Team)'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쏘시오그룹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지난해 새로운 직급체계를 도입했다. 사원은 주임으로, 대리는 선임, 과장은 책임, 차·부장은 수석으로 직급을 4단계로 단순화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직급체계를 단순화해 위계적인 조직문화에서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거듭나기 위해 직급체계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7월부터는 자율복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일찌감치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모든 직급을 없애고 직무급을 도입하며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또 '직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경영이념 아래 새로운 것을 학습하려는 직원들은 조건을 달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제약업계 최초로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몰입해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했다. 장기 리프레시 제도도 시행 중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대웅제약은 지난해 7월 '아시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0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10위 권 내에 선정된 것은 국내 제약업계 최초다.
더불어 대웅제약 대표이사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소통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18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전승호 대표와 올해부터 각자대표로 경영 일선을 맡은 이창재 대표는 임직원들 사이에서 인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는데,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만연해 있던 제약·바이오업계에 변화 바람이 일게 된 배경에는 ESG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문화가 기반이 돼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호칭자체가 수직적 구조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수평적 호칭제는 공동체 안에서 모두 존중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직급에 상관없이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되면 직무에 대한 책임감도 더 커지고, 직급끼리 교류할 수 있는 범위도 더 넓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 관리가 중요하다. 인재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한다"며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호칭, 자율복장 등을 도입하고 있다. 호칭과 복장이 자유로우니 편안한 마음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창의적인 사고, 의사결정이 신속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SG중 E(환경)와S(사회)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G(지배구조)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하는데, 호칭변경과 수평적 조직문화는 이를 가속화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업계의 ESG 경영은 초기 단계이지만 최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유한양행은 올해 초 대표이사 직속의 전담조직 'ESG 경영실'을 신설하고 전사 유관부서들로 구성된 'ESG 실무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대표이사가 직접 ESG 경영을 챙기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8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ESG경영에 돌입했다. GC(녹십자홀딩스), HLB,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은 올해 처음으로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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