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사우디 빈살만 방한 계기로 40조원 잿팟에 들떠해외 전문가 얘기 들어보니 현지는 사막···여건 열악해자갈 없어 주택 사업 어려워···고급 건설인력도 태부족 신도시 건설땐 전력 5배 이상 필요···신중히 접근해야
최근 방한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중동특수를 불러올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건설비용까지 1000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에 따른 엄청난 발주물량과 최근 잇따른 계약 및 MOU체결이라는 장미빛 전망과 달리 사우디 현지 사정은 녹록치 않을 수 있기 때문.
해외사업 전문가들은 사막 한복판에서 진행해야하는 건설공사는 한국에서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반적인 인력 및 자재의 적시조달, 인건비 문제뿐 아니라 전력수급 문제까지 현지에서 동시다발로 터질 수 있다는 뜻에서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도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먹거리 시장으로 꼽힌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정부가 650조원을 투입해 조성하는 초대형 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최근 도시에 필요한 주택·항만·철도·에너지 시설 등 대규모 인프라 관련 발주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빌 살만 왕세자 방한 시기에 맞춰 건설사들은 사우디 측과 다양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현지 진출 확대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모듈러 사업 협력(삼성물산) ▲그린수소 개발 협력(삼성물산) ▲석유·가스·석유화학 프로젝트 협력(대우건설) ▲스마트팜 합작법인 설립(코오롱글로벌) 등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미 네옴시티에서 1조3000억원 규모의 터널 공사를 시공 중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건설사를 필두로 국내 여러 기업의 참여가 예상된다.
그러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막 한복판에서 건설공사를 진행해야하는 열악한 여건을 고려한 견해다. 일단 사우디 현지에 숙련된 고급인력이 부족하다. 한국에선 쉽게 구할 수 있는 건설전문인력을 중동 현지에서 조달해야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현지는 사막 한 가운데가고 한다면 더 말할 나위 없다는 것. 한국에서 고급 인력을 중동까지 데려갈 수 있지만, 인건비 상승 등 원가 탓에 사업비를 무한대로 투입하기도 어렵다.
주택건설 사업을 추진하려 해도 문제가 생긴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충분한 자갈과 모래가 필요한데 사막한 가운데는 자갈을 구하기 어렵다. 신도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뜻.
전력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외딴 섬과 비슷한 사막에선 전기수급도 리스크가 될 수 있어서다. 서울크기의 44배되는 부지에 잠실 롯데월드타워만한 높이의 빌딩을 서울에서 강릉까지 거리만큼 늘여 이어지게 도시를 지으려면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신도시를 지을 경우 전략 사용량이 3~5배까지 늘어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세계 최대 인프라 사업인 만큼 현지 전력 수급 문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에 다녀가며 20건 이상의 프로젝트에 40조원의 MOU와 계약체결이 있었다고 하나, 내용을 들여다 봐야한다. 거의 대부분 정식 계약이 아닌 MOU 체결이다. 더욱이 우리나라기업이 투자한 사업인지, 사우디 정부가 돈을 투입하는 사업인지도 꼼꼼히 들여다봐야한다. 700조원 사업이지만 사우디측이 초기 투자금만 대고 나머지 자금을 외국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의도도 보인다. 중국 등 외국은 물론 우리나라 기업간에도 출혈경쟁이나 저가수주까지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출혈경쟁으로 피해를 본 지역도 중동지역이다. 실제로 한화그룹 건설부문(옛 한화건설)이 공사비 지연 등으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서 최근 철수한 아픈 경험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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