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에 '샤워실의 바보' 이야기를 꺼내든 데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이 개념이 시사하는 바가 적잖을 것으로 보여서다. 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에 힘입어 정권 교체를 이뤄낸 새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180도' 뒤집기를 시도 중이다. 이번 정부에선 역대급 거래절벽과 가격하락으로 시장이 정반대가 됐다는 이유가 보태졌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에서 턱밑까지 차오른 가계부채 폭증에도 금융권 대출 규제 완화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되는 부동산 세제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규제, 임대차 정책 등에서 전 정부가 굳게 걸어잠궜던 부동산 빗장들을 한꺼번에 해체하고 있다.
사례가 수두룩하다. 지난 11.10대책에서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많이 해제했다. 규제지역해제를 통해 15억원 이상 대출규제가 가능해 졌고, 유주택자는 LTV 50%, 무주택자는 LTV 70%까지 대출이 가능해 졌다. 또한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중과세도 완화했다. 이어 규제지역 청약 1순위 기준도 2년에서 1년으로 완화했고,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도 족쇄 풀기에 나섰다. 최근엔 다주택자·임대사업자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도 완화를 비롯해 등록임대사업자제도의 대대적인 개편도 예고했다.
문제는 지난 50여년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정권이 바뀔때마다 이렇듯 예외없이 '극과 극'으로 달리며 역효과를 내 왔다는데 있다. 부동산 억제대책을 써도 집값이 과도하게 급등하고, 반대로 부양책을 써도 거래가 늘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우파정부든 좌파든 내일보다는 오늘의 전과가 중요하다는 근시안적인 사고에 몰입했다. 들어서는 정부마다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고, 서로 후폭풍을 주고 받는 사이 시장은 부동산 불패론과 필패론으로 뿌리채 흔들렸다. 전임 정부 부동산 정책 뒤집기는 어김없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단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이 냉온탕을 오가다보니 투기는 더 기승을 부렸고, '영끌족', '빚투족'이 양산됐다. 직전정부인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전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싹다 갈아 엎으며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총동원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섰지만, 집값은 역대 최대치로 폭등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도 근시안적 경기부양을 위해 이전의 부동산정책을 180도 바꿨다가 부동산 경기 과열 등 낭패를 봤다. 부동산정책에 관한 한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고, 고스란히 집없는 서민들과 중산층들의 피해만 키울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주택수요가 폭발하지 않도록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을 유지하는 등 장기적인 수요를 감안한 부동산 정책을 정부가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가격의 사이클은 주택정책과 기간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불황극복을 하겠다고 동시다발적 규제 완화 등 여건 개선이 이뤄지면 한꺼번에 분출되는 상황이 연출, 수급균형이 깨지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장세가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에서도 샤워실의 수도꼭지가 반대편 끝으로 돌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서다. 규제 완화와 부동산 세제 개편이라는 무기도 꺼내 들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간 부동산 규제 완화 신중론을 펼치며 전 정부에서 폭등하던 집값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선봉장이다. 이번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또다시 시장의 원리가 허물어 질 수 있다. 올해 尹 정부도 할 만큼 했다. 때론 시장의 자정 능력을 믿고 그냥 놔둘 필요가 있다. 당장이라도 그대로 두면 어떨까. 시장 원리대로.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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