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SK하이닉스, 4Q 2조 적자 전망올해는 年 적자 가능성···2012년 이후 처음삼성, 생산량 유지···경쟁사 가격 경쟁력 위축미세공정 확대로 '자연적 감산' 거론되기도
문제는 올해다. 적자 규모는 2조원도 거론된다. SK하이닉스의 연간 적자는 지난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경기회복 시점이 요원한 가운데 반도체 감산을 결정하지 않은 삼성전자의 기조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가격 경쟁력에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업계에선 공정 고도화로 자연적 감산이 이뤄질 수 있어 반도체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60.37%, 전년 동기 대비로는 69% 줄어든 것으로 2014년 3분기(4조700억원) 이후 33개 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잠정발표라 사업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실적 부진의 원인은 반도체 사업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부별 업황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DS(반도체)사업부는 가격, 비트그로스(Bit Growth : 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공급 증가량) 모든 부분에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전반적인 재고조정 영향으로 구매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급사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소진 압박이 심해져 가격 하락 폭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역사적 '어닝쇼크'에 SK하이닉스는 '좌불안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흑자가 유력한 반면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2월 기준 SK하이닉스가 4분기에 흑자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대신 적게는 4000억원, 많게는 2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전망하고 있다.
올해엔 적자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촉발된 경기불황이 이어진 탓이 크나 삼성전자의 '비(非)감산' 운영에 SK하이닉스의 가격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달리 반도체의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선주문 후생산'이 아닌 '선생산 후주문'으로 이뤄진다. 각 기업마다 생산한 반도체를 대량으로 쌓아놓고 고객사와 가격을 협상한 이후 판매하는 것이다. D램 가격의 경우 장기계약 특성상 1분기는 1월, 2분기는 4월 등 4개 분기가 시작되는 첫 달에 결정되는 편이다.
따라서 메모리 기업으로선 마진율을 높이려면 반도체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급 대비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감산 언급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의 생산 및 출하가 원활하기 때문에 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언급한 '인위적 감산'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자연적 감산'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반도체 특성상 공정이 미세할수록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는 미세공정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공정 고도화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과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며 "이럴 경우 실제적으로 웨이퍼 투입이 줄지 않더라도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생산량은 전체적으로 줄어들 수 있어 자연적 감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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