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손보, '금융안심보험' 상품 하나만 출시해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마케팅과 대조적이란 평가KB라이프생명, 세운 목표 대비 차별된 전략 없어고금리·저성장 리스크···시장 포화 등 악재 타개必
지난해 대형 플랫폼 기반 보험사로 출범 전부터 주목 받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카카오손보)과 국내 1위 금융지주 생명보험사인 KB라이프생명이 대표적이다. 이들 신규 보험사들은 출범 직후부터 포화된 시장과 고금리·저성장 구조를 타개해야 하는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선 카카손보는 지난해 10월 업계의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영업을 시작했지만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그룹 식구인 카카오뱅크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기 전부터 대대적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카카오뱅크는 입출금통장 이체 수수료와 ATM 수수료, 알림 수수료를 면제하고 다양한 제휴 혜택을 제공했다. 또 대출 절차를 기존 은행권에 비해 파격적으로 줄이면서 소비자의 각광을 받았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출범 1년만에 고객 633만명 모집, 여·수신액 15조6300억원 등 성과를 냈고 지금은 2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발돋움했다.
반면 카카오손보는 출범 후 '금융안심보험' 하나만을 내놓는 데 그쳤다. 디지털손보사라는 정체성에 맞춰 '메신저피싱·온라인 금융사기'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을 설계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눈에 드는 데는 실패했다.
더욱이 해당 상품은 출시 직후 소비자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초기엔 단체 가입 위주로 영업을 진행해서다. 강력한 플랫폼을 지닌 카카오페이가 단체 보험을 내놓은 데 '의외'라는 평가가 뒤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엔 개인형 상품을 추가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미미한 것으로 감지된다.
이처럼 카카오손보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작년 10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카카오 서비스를 향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지면서 카카오손보도 이른바 '오픈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일각에선 카카오손보가 기존 업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까지 시간을 벌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카카오손보는 대형 플랫폼을 앞세운 디지털손보사로서 출범 전부터 원수보험사와 GA(보험대리점)업계의 견제 대상이었다. 카드업이나 은행업에서 보여준 빅테크의 파급력을 감안했을 때 이 회사가 보험업 생태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시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시위를 열고 출범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카카오손보 출범 승인을 내주면서 업계에 혼란을 줘선 안된다는 당부를 전했다. 따라서 카카오손보 역시 최대한 주목 받지 않으면서 업계와 어울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KB라이프생명도 조용히 출발했다. 신한라이프가 지난 2021년 7월 출범과 동시에 MZ세대를 겨냥한 VR(가상현실)모델 '로지'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일단 첫 번째 상품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KB라이프생명의 역모기지 종신보험은 업계 최초로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보험계약자에게 확정적인 역모기지 지급액을 종신토록 지급하고, 상황에 따라 상환수수료 없이 지급 중지·재개·재지급을 자유롭게 관리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노후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해당 상품 특약에 대한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했다.
반면 기존 업계와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KB라이프가 선언한 '2030년 업계 3위 달성' 목표는 빛을 발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KB라이프생명은 '멀티 영업 채널' 전략을 제시했다. 합병 전 푸르덴셜생명이 보유한 강력한 설계사 채널과 KB생명의 방카슈랑스(은행 영업), GA(보험판매대리점), 온라인 채널을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미 상당수 보험사가 복수의 영업 채널을 운영 중인 데다, KB라이프의 경우 옛 푸르덴셜생명 소속 설계사 외에 우위를 점할 만한 채널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진단에서다. 한화생명, 삼성생명을 비롯한 대형 생명보험사에서도 영업 채널 확대를 선언한 만큼 업계 7~8위 생명보험사가 단숨에 성장하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목표한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동안 다른 보험사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며 "KB라이프의 '업계 3위 달성'은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