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로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자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가 마련한 전세사기 피해대책의 허점만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설명회에서는 전세 사기 피해자 보증금 반환의 핵심인 빌라왕 김씨 부모의 상속 여부나 경매 집행사항 등에 관해선 일체 언급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 정보를 이유로 법원에서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사항이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파악되는 대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일당 부당이익 환수 등 보증금 반환을 위한 실질적 대응 진행 상황과 관련해선 "검토중, 추진중"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피해자는 "설명회 내용은 전세사기 피해자 단톡방에서도 이미 다 나온 내용"이라며 "여긴 모인 피해자들은 전세보증보험 미가입자 방안을 들으려고 여기 모인 것인데 대체 대응책은 어디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한 대책만 보면 전세사기를 뿌리뽑겠다는 약속이 무색하다. 특히 보증보험 미가입자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보증보험 가입자는 김 씨 부모가 주택 상속을 결정하면 보험 처리를 거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가입자는 강제 경매 절차를 거쳐 보증금을 회수해야 한다. 경매 절차를 밟아도 보증금 전체 회수는 어렵다.
실제 빌라왕 피해자의 46%(525명)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토부는 보증보험 미가입자를 위해 초저금리 금융 지원과 거처 제공 등을 약속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앞서 보증보험 미가입자를 대상으로 가구당 최대 1억6000만 원을 연 1%대 금리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저리 지원금액은 수도권 빌라 평균 전셋값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 피해 대책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 손질과 입법 추진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부 대응이 질책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전세사기는 전세제도가 도입된 이후 끊임없이 반복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번 피해 사례들도 무자본 갭투자가 성행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세제도는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주거 상향 이동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특이한 형태의 주거제도"라며 "그러다보니 전세금은 서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제도의 헛점을 보완하지 못한 결과물이 이번 사태다. 결국 폭탄돌리기 끝에 터져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신혼부부와 청년 서민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전세 금액을 모두 날릴 판이다. 이들에게는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이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서민을 울리는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제도의 헛점을 보완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근본적인 전세사기 뿌리를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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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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