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기 때 무더기 인허가로 공급 폭탄···줄지 않는 물량공세여는 족족 줄줄이 미분양···정부 규제완화도 소용없어"할인분양도 안 먹히네" 악성 미분양 증가 우려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미분양 문제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분양은 쌓이는 상황에서 신규 공급이 계속 이뤄지는데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초기반인 인구는 계속 줄고 있어서다.
2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대구 동구 신천동에 짓는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은 내달 2일부터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단지는 지난 11일까지 1순위와 2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478가구 모집에 단 28명만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0.06대 1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단지까지 포함해 대구에 총 5개 단지에서 미분양 '오명'을 썼다. 2021년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대구역 퍼스트와 ▲힐스테이트 앞산 센트럴, 지난해 분양한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 ▲힐스테이트 서대구역 센트럴은 아직 팔지 못한 집이 남아있다.
대구 분양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긴 업체가 현대건설만 있는 건 아니다. GS건설은 1501가구 규모 아파트 대명자이그랜드시티와 117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두류역자이를 지난해 분양했지만 미달됐다. 대우건설도 ▲북구청역푸르지오에듀포레 ▲동대구푸르지오브리센트 등 단지의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브랜드파워가 강한 10대 대형건설사들마저 대구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대구의 미분양 적체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공동주택은 1만1700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수도권 전체 미분양을 합친 수(1만373가구)을 뛰어넘는다.
공급과잉은 미분양이 쌓이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대구엔 2020~2021년까지 5만7704가구가 공급됐다. 같은 기간 서울(5만710호)보다 많은 수치다. 여기에 올해부터 2026년까지 9만1150가구가 더 공급될 예정이다. 대구 인구가 약 236만명으로 서울(약 942만명)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공급이 많은 셈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많은 것도 골칫거리다. 대구는 현재 재개발‧재건축 조합만 242곳에 달한다. 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이 시작되면, 시장사정이 안 좋다고 도중에 멈추기가 어렵다. 사업 진행을 위해 받은 대출에 대한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재건축 단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대구 내 아파트 3분의 1가량이 준공 20년이 넘은 단지여서다. 연구원은 대구의 20년 이상 노후아파트가 매년 2만가구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도 원래 집이 안 팔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문제다. 대구지역 공인주개업체 관계자는 "청약을 받은 사람이 잔금을 내기 위해 기존에 살던 곳을 처분하고 싶어도 집이 팔리지 않는다. 새 집이 넘쳐나는데 구축을 사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집을 팔지 못한 사람들이 계약을 취소하고 미분양이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미분양 우려가 계속 커지면서 대구에서 분양을 진행한 대부분 단지들은 '할인분양'까지 내세우는 실정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구에선 동호수지정 할인분양이 기본값이 됐다"면서 "그래도 집이 안 팔리는 통에 분양사들도 대구에서 근무하길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결국 미분양을 해소하려면 인구가 유입돼야하는데 대구는 오히려 인구가 줄고 있다. 대구는 지난해에만 2만4000여명이 순유출 됐다.
전문가들은 대구의 미분양 적체현상과 집값하락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구는 전국적으로 집값 폭등이 일어났을 때 지나치게 많은 단지가 인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했다"면서 "공사를 멈출 수 없으니 시장이 안 좋을 것을 알면서도 분양을 하고 미분양이 쌓이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이런 상황이 5년 정도는 지속될 것 같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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