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수수료보다 소비자 수익률에 집중하고 '자산관리 영업 전문가' 육성에도 투자 필요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4일 공개한 '은행 자산관리(WM) 사업' 관련 보고서에서 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소비자 중심의 선진적 사업모델로 변화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자산가치 상승과 신흥 부유층 등장, 높은 가치 창출력 등에 힘입어 국내 자산관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으나, 사모펀드 부실 판매로 불신 또한 커진 만큼 은행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게 이대기 선임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이 위원은 아시아 내 선도 은행이 자산관리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주요 은행은 변동성 높은 거래 수수료 기반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일임·자문 수익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판매수수료 부과 시 은행의 공시의무가 강화되고 자산관리 서비스 이용 형태도 다변화된 데 따른 행보다. 현지 최대 은행 DBS는 WM 운용자산(AuM)을 2021년 2910억 싱가포르 달러(약 272조4574억원)로 끌어올리는 등 매년 10% 안팎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의 경우 BNP파리바 등 주요 은행이 혼합 자산형 펀드 상품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 기반 자산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고액자산가 대상의 한 일임·자문 서비스도 확대했다.
홍콩은 초부유층을 중심으로 상속·자산이전 관련 자문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각 은행이 역외 자산과 본토 자산을 결합한 포트폴리오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기회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메가뱅크 중심으로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 기반 원스톱서비스 모델 구축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개인의 자본시장 직접 참여율이 높아 자산관리 사업 형태에 큰 변화가 없으며 강한 규제로 인해 리테일뱅킹형 사업모델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나라 은행도 역량 강화와 안정적인 상품 조달, 전문인력 양성 등에 주력함으로써 자산관리 부문을 자산증식형 사업모델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고 이 위원은 주장했다.
특히 투자성향, 재무성향, 미래 자금활용 계획 등 소비자와의 심층적 상담을 통한 전반적인 재무계획 설계, 본사 중심의 포트폴리오 영업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전언이다.
이 위원은 "개별 투자상품 판매와 판매수수료 중심의 영업은 소비자수익과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고, 판매회사인 은행이 불완전판매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판매와 지원, 강력한 내부통제를 함께 추진하고 본부부서의 역량 강화와 영업점 지원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의 경우 투자상품 이해와 소비자 관리 차원에서 영업 전문가를 키우는 데 최소 2~3년을 소요하고 있다"면서 "국내은행도 자산관리 인력 양성을 위해 전문 연수, 평가 제도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업주의를 기초로 하는 금융법 체계가 은행·증권 서비스 통합이나 유니버셜 뱅크로의 전환 등을 통한 자산관리 경쟁력 확보를 가로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위원은 "국내 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 혁신을 위해 지주 내 정보공유, 은행의 투자일임업 등 소비자 보호나 업권 간 이해관계 등으로 인한 법률상 제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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