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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벌떼입찰 논란, 행정인가 정치적 쇼잉인가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김성배의 건썰

벌떼입찰 논란, 행정인가 정치적 쇼잉인가

등록 2023.01.25 16:43

수정 2023.01.26 11:47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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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경찰이) 이번(벌떼입찰 관련)에도 회사 여기저기를 털더라구요. 저희도 (경찰이나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하도 여러번 털려봐서 아는데 본래 사정기관이 제대로 압수수색에 나설 때는 이미 회사 내부 핵심인물을 비롯해 털어갈 자료 다 미리 정해놓고 한날에 한꺼번에 가져가요. 이렇게 시간 질질 끌지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벌떼입찰이) 편법이지 불법은 아니거든요. 별 방법이 없을텐데. 이번에도 쇼잉(보여주기식 행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A건설 관계자)

"(벌떼입찰이) 저희 부서와는 크게 관련도 없는데 (경찰이) 일주일 가까이 회사에서 상주하다가 가더라구요. 그 덕분에 업무만 일주일간 손 놓고 말았지요. 정부가 건설사들이 벌떼입찰 자체를 엄두도 못낼만큼 완벽한 제도정비로 갖춰놓는게 먼저일텐데. 수년전에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1사1필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흐지부지 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최근 경찰, 검찰, 공정위, 국세청에 국토교통부까지 호들갑 떨고 나서고 있는데 뭔가 앞뒤가 바뀐 게 아닌가 싶어요."(B건설 관계자)

지난해 10월. 이른바 '벌떼입찰'과 관련한 국토부 발표가 있었다. 1사 1필지 공공택지 입찰, 불법행위 적발 시 환수 조치 및 손해배상 청구가 골자다였다. 그러나, 이같은 국토부의 행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이후로 공공택지 낙찰 수가 많은 중견건설사 5개사(중흥·대방·우미·제일·호반건설)가 관련 이슈로 십자포화 대상이 된 것이다.

우선 경찰이 선봉장으로 나섰다. 경찰은 지난해 12월1일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를 공급받은 호반·대방·우미건설 등 3개 건설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같은 달 22일에는 제일·중흥건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현재 이들은 벌떼 입찰로 공공택지 분양 입찰에 참여해 형법상 업무방해·건설산업기본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건설사 및 계열사 전·현직 대표 등 10여 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무더기 입건했다.

앞서 국토부도 벌떼입찰에 연루된 건설사들을 상대로 철퇴를 가했다. 최근 3년간 LH의 공공택지 추첨 과정을 현장 점검한 결과, 소속 직원 급여를 모기업이 대신 지급하는 등 택지 확보 목적으로 위장 계열사를 설립한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이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을 이유로 전국에 있는 지자체에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요청하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다.

벌떼입찰은 다수의 계열사(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것으로, 추첨제였던 공급 조건에 대응해 낙찰률을 높이기 위한 편법을 뜻한다. 필지당 수백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공공택지 청약은 건설업계에서 '로또'로 불리고 있다. 실체가 부실한 회사를 다수 내세웠다는 점에서 편법 소지가 분명 있다. 꼼수라고 지적 받을 만하다. 다만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 짚어야 한다.

벌떼입찰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벌떼입찰로 받은 땅을 특히 오너 자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전매해 부당하게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가 있을 때다. 이 부분은 처벌 영역으로 실체가 드러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된다. 하지만 벌떼입찰로 받은 땅이 모두 불법으로 취득한 것이고 그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는 식의 뉘앙스는 그야말로 호도(糊塗)고 편견이다.

택지개발 사업이 늘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침체기에는 공공이 내놓은 땅이 몇 차례 유찰되기도 하고 낙찰 받은 땅을 낙찰자가 사업성 악화로 포기하는 사례도 나온다. 이런 시기에 중견 건설사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일감 확보를 위해 수의계약으로 택지를 확보하기도 한다.

실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2010년은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되던 시기다. 당시 공공에서 토지리턴제를 실시하던 시례도 있었다. 땅을 낙찰받은 사업자가 일정 기간 내 원하면 계약금까지 돌려받고 땅을 반납할 수 있는 파격 조건이었다. 최근까지 이어진 호황과는 정반대 시장이었던 셈이다. 결국 이들이 낙찰받은 땅들이 모두 황금알을 낳는 로또는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벌떼입찰이 가능토록 입찰 조건을 누가 만들었는지 짚지 않을 수 없다. LH, SH, 국토부 등 공공이 해당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문제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간 관행이라는 핑계로 방관하고 묵인한 책임도 있다. 벌떼입찰 자체가 문제라면 LH도 이를 지휘감독하는 정부(국토부)도 이들 건설사와 비슷한 강도로 비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적 없이 한 쪽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온당치 않다. 벌떼입찰 논란은 2010년 초반부터 있어왔다. 정부가 벌떼입찰을 막을 제도 개선은 소홀히 한 채 이제와 참여한 건설사들을 처벌하겠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문제로 삼는 기간도 지난 정부 시절인 5년이 그 타깃이 되고 있다. 행정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는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이미 땅을 받았어도 택지 환수와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어진 현장의 경우 건설사의 이익을 환수할 계획으로도 알려졌다. 실제 실정법으로 가능한지 여부부터 5년 내가 아니라 10년, 15년 전에 지어진 현장도 포함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부당이익을 환수하려면 불법행위가 명백해야 하고 환수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벌떼입찰을 원천 차단하는 규정은 이제 막 만들어졌다. 어떻게 해서 처벌하고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법적 다툼만 늘어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로펌만 속으로 웃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과거 LH가 이같은 입찰 방식을 고안한 배경도 감안해야 한다. 당초 '벌떼 입찰'이 가능하게 만들었던 공공입찰 취지는 대기업 건설사들의 독점을 막기위함이었는데 오히려 정부는 이제와서 중견건설사가 낙찰을 받으니 문제가 있다고 제동을 걸고 있는 꼴이다.

이렇듯 제도적 허점이 명확해보이는데도 그 책임을 중견 건설사로 떠넘긴다는 것 자체는 정부의 갑질이다.

지금이라도 본인들의 정책적 실패를 인정하고 더는 '벌떼 입찰'의 현상이 일부 건설사들의 잘못으로 매도가 우선이 아니고 원래 취지에 맞는 제도의 개선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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