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대우 공장, 57명이 하루 10대 만들어엔진 제작사·배터리 위치까지 고객 요구대로직접 타 본 더쎈···"마이티 대비 경쟁력 충분"
우리나라에도 포르쉐와 비슷한 자동차 공장이 있습니다. 바로 전북 군산에 위치한 타타대우상용차 공장입니다. 트럭 공장을 포르쉐 공장과 엮는 건 무리수 아닌가 싶으시죠? 좀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제 말에 공감할 수 있으실 겁니다.
타타대우는 중대형 트럭을 전문 생산하는 상용차 회사로, 지난 2004년 인도 타타모터스가 대우상용차를 인수하며 출범했습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9년 김방신 사장이 취임한 이후 정상 궤도에 올랐습니다. 2020년 준중형트럭 '더쎈'에 이어 대형트럭 '맥쎈', 중형트럭 '구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괄목한 만한 성장세를 이어왔죠.
3월 결산법인인 타타대우는 2019-2020년(회계연도) 5190대 판매에 그쳤지만 2021-2022년엔 9454대나 팔았습니다. 더쎈이 오랜기간 현대차 마이티가 독점해오던 준중형트럭 시장을 흔들었고, 오래된 라인업인 프리마와 노부스도 각각 구쎈과 맥쎈으로 세대 교체됐기 때문입니다.
◇하루 10대 가량 조립···내년엔 전기트럭도 혼류생산
저는 타타대우의 군산공장을 직접 방문해 효자차종인 더쎈의 생산과정을 지켜봤는데요. 이곳은 다른 라인에서 미리 제작된 차량의 캡과 섀시, 프레임 등을 조립해 완성차로 만드는 LD공장입니다. 생산 공정은 크게 트림라인, 섀시라인, 검수라인, 샤워테스트로 나눠집니다.
이 공장에서는 시간당 1.25대, 하루에 10~12대의 트럭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2020년 '더쎈'의 출시 이전 별도로 선발한 57명의 베테랑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직원들은 모두 기술직으로만 구성돼 관리직이 없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더쎈의 생산라인은 일반적인 자동차 공장의 풍경과 사뭇 달랐습니다. '드르르륵', '탕탕탕탕'하는 작업 소음이야 특별할 게 없었지만, 당연하게 생각했던 컨베이어벨트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이에 대해 이강수 타타대우 생산본부 이사는 "기존 컨베이어 시스템은 특정 공정에 문제가 있으면 공장 전체가 정지할 수밖에 없지만, 이곳에선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공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승용차처럼 생산량이 많지 않은 만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차원이라고 보여지네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타타대우는 내년부터 이곳에서 더쎈의 전기차 모델을 혼류 생산할 예정인데요. 컨베이어벨트가 없어야 생산차종 추가 등 공정에 변화를 줘야할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이곳에서는 로봇 등 자동화 설비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이 공정마다 일일이 손으로 직접 조립한다는 뜻이죠. 이 이사는 "로봇이 멋지게 움직이는 풍경은 없지만 '장인'들이 근무하는 공장이라고 봐달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장인정신으로 바탕으로 많은 양의 차를 만드는 것보다 높은 질의 차를 만드는 데 가치를 두고 있는 포르쉐와 여러모로 비슷하지 않나요?
◇특장용도 맞춰 유연하게···똑같은 차 거의 없어
특히 타타대우의 차종들은 포르쉐의 '팩토리 오더'와 비슷한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이 이사에 따르면 중대형트럭의 경우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완벽하게 똑같은 차는 모델당 3~4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동밸브와 배터리 등의 위치도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각기 다른 특장용도에 맞춰 레이아웃을 변형하고 있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입니다.
더쎈의 경우 경쟁자인 마이티와 다르게 엔진까지 2종으로 운영해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습니다. 하나는 피아트로부터 들여오는 수입산 엔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두산이 만드는 국산엔진인데요. 두산엔진이 좀 더 저렴하지만 선택 비중은 피아트 엔진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하네요.
'생산직'하면 2교대, 3교대 등의 교대근무를 떠올리실 텐데요. 타타대우 군산공장의 직원들은 모두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합니다. 잔업이 있다면 오후 7시30분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도 월 30시간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워라밸'이 높다보니 공장 내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고 합니다. 축구, 야구, 골프, 낚시, 풋볼, 산악회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는데요. 회사에서 지원금도 따로 챙겨준다고 하니 참여율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렇다고 트럭을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트럭은 일반 승용차 대비 무게가 많이 나가고 몸집이 크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주로 손과 관절들을 많이 다친다고 하는데, 현장에서도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이에 타타대우는 직원들의 안전한 작업을 위해 주기적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승용차형 인테리어 갖춘 더쎈···승차감‧제동성능도 우수
생산라인을 모두 둘러본 뒤에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더쎈을 직접 몰아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운전석에 앉자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인테리어'에 시선이 고정됐는데요. 그랜저나 쏘나타를 연상시키는 트렌디한 레이아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이그로시와 다이아몬드 패턴,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어지간한 승용차보다 훨씬 고급스럽게 느껴졌거든요. 여기에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에는 베이지색 가죽이 입혀지는 등 내부 색상도 투톤으로 적용됐습니다.
엑셀레이터를 밟고 시속 90km까지 속도를 냈을 땐 우수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형트럭이나 버스에 적용되는 시트 에어 서스펜션이 제 역할을 한 셈이죠. 프레임 보디 기반의 육중한 몸집을 갖고 있지만, 적재함에 아무 것도 실려있지 않은데도 생각보다 편안한 승차감과 주행감이 느껴졌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아 멈출 때도 풀 에어 브레이크를 장착한 덕분인지 강한 제동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상용차 업계 최초로 도입된 ZF 8단 자동변속기 덕에 꽤나 큰 트럭인데도 운전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요즘 트러커들의 주요 연령대는 수동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30대라고 하는데요. 자동변속기 선택 비중이 80%에 달한다고 하니 고객들의 니즈를 충실히 반영한 셈입니다.
아주 짧은 주행을 마친 뒤엔 화려한 풀컬러 계기판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이리저리 스티어링휠의 버튼을 눌러보니 계기판의 화면에 차계부가 떡하니 들어찼습니다. 최근 5일간 평균 연비 등 주행정보가 자세히 적혀있는데, 고장진단 내역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쎈 링크'와도 연동된다고 하네요.
군산에서 만나본 '더쎈'은 급을 뛰어넘는 상품성을 갖췄습니다. 2020년까지 시장을 독점했던 마이티와 비교하면 인지도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스펙이 우위에 있습니다. 하다못해 동력계통 주요부품의 보증기간도 3년/무제한이라 마이티(3년/20만km)보다 우위에 있더라고요. "준중형트럭 시장 1위에 도전하겠다"는 김방신 사장이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곳 타타대우 군산공장에서는 내년부터 더쎈 전기트럭까지 생산될 예정입니다. 체질개선에 성공하며 정상궤도에 진입한 타타대우는 이젠 전동화까지 속도를 내고 있죠. 김 사장을 필두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타타대우가 국내 상용차 시장의 '역전의 명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봐도 좋겠습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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