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조합 간 공사비 증액 두고 평행선···원자재·인건비 상승 영향래미안 원베일리·메이플자이 등 강남권 대어도 공사비 갈등현대건설, 둔촌주공 정상화 이후 평온···수주 후 사업관리 전담팀 신설 효과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도 공사비 갈등을 빚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선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제도를 통해 합의점을 찾고 있지만 구속력이 없는 탓에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업장도 많은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에서 고급화에 따른 추가 공사비 1560억원을 두고 조합과 갈등을 빚었다. 조합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말 사업비 인출 중단 위기 직전까지 가서야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받기로 하면서 구체적 합의 시점을 뒤로 넘긴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사업)도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비 4700억원 증액을 요구했는데 이 중 약 1980억원에 대해서만 합의가 된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는 동부건설과 조합 간 공사비 증액에 대한 합의가 늦어지며 공사가 한 달 정도 중단되기도 하는 등, 사업성이 높은 강남권마저도 공사비 갈등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둔촌현대1차 리모델링 조합에 기존 공사비 1200억원을 2400억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하면서 공사비가 2배로 늘어나게 됐다.
업계에선 PF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원자재와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PF대출 선순위 금리는 8~13%(추정)대로 두 자릿수를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원자재와 인건비는 2년 전에 비해 1.5~2배 수준으로 늘었다.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오른 가운데 건설현장에서 필수적인 시멘트·콘크리트 값이 크게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2021년 7월과 지난해 4월, 11월 3차례에 걸쳐 33% 올랐는데, 시멘트업계에선 올해 초 또 한 번의 가격상승을 예고한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계와 타설 등 현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과 조선족 인력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현장 관계자는 "지금 사람이 없어서 공사가 멈춰설 판"이라면서 "기존 인건비의 2배를 불러도 인력 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은 별다른 문제 없이 현장을 관리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현대건설은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보유한 업체다. 2019년부터 4년 연속 수주금액 1위를 기록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올해 초 수주사업장을 관리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한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도 다수의 사업지에서 공사비 협상을 하거나 계획변경을 준비 중이지만 전담조직이 선제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갈등을 줄이고 있다는 것.
전담조직을 꾸리게 된 데에는 현장관리 경험이 풍부한 윤영준 대표이사가 선제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에서 공사 중단에서부터 수습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은 후 선제대응의 차원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것.
수주 실적도 꾸준한데 현대건설은 25일 경북 구미 형곡4주공 재건축 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으면서 순조롭게 수주일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형곡4주공아파트는 1988년 준공한 단지로 14개동 430가구를 8개동, 759가구로 재건축하게 된다. 공사비는 약 2237억원이다.
업계에선 분양시장 악화와 금리 인상, 자재값 상승 등으로 정비사업 사업진행에 난항을 겪는 사업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당분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사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도록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고통 분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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