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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업은행, 사모펀드 등 상품 담당자 모든 통화 녹취

금융 은행

기업은행, 사모펀드 등 상품 담당자 모든 통화 녹취

등록 2023.02.22 09:32

수정 2023.02.22 13:36

정단비

,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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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상품부·수탁부 등 통화내용 보관민원·분쟁 발생 시 근거 자료로 활용 사생활 침해 우려에···사측 "문제없어"

그래픽=배서은 기자그래픽=배서은 기자

기업은행이 사모펀드 등 상품 영업 담당직원의 모든 통화 내용을 녹취해 보관한다. 디스커버리와 라임 등 사모펀드 불완전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만큼 현장을 엄격히 관리해 피해를 예방한다는 취지인데, 직원의 인권과 사생활을 존중하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조치여서 내부적으로 볼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22일 뉴스웨이가 입수한 IBK기업은행 내부 문건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를 게재했다.

녹취 대상에는 투자상품부와 수탁부, 일부 WM센터의 상품 담당 직원이 포함됐다. 기업은행은 해당 직원의 일과 중 모든 통화 내용을 녹음해 보관하고 민원이나 분쟁이 생기면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지난 17일까지 부·점별 서무담당자에게 신청자 명단을 취합해 보고토록 했다.

기업은행 임직원은 내부적으로 녹음 기능이 탑재된 인터넷 전화기를 업무에 활용한다. 영업 담당 직원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안내하는 등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마다 전화기의 버튼을 눌러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다.

사적 대화 녹취···"위법성 여부 물음표"
이는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트라우마'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은행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배상철차를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권고대로 투자 원금의 40~80%를 돌려주겠다는 반면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여전히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주장하며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지난 2017~2019년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총 6792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914억원 상당의 환매가 지연됐고,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은행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업무 일부정지 1개월과 과태료 47억1000만원 등 징계를 받았다.

또 반포자이WM센터를 비롯한 일부 WM센터에선 2017년 시카고옵션거래시장의 VIX(변동성지수)와 연계되는 5년 만기의 펀드 상품을 판매했는데, 작년 9~10월 만기 도래 당시 원금이 10%도 채 남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결국 상품 판매와 관련해 법정 분쟁이 발생할 경우 리스크가 큰 곳, 즉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취급하는 부문을 집중·선제적으로 관리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문제는 원치 않은 통화 내용까지 모두 녹취하도록 하면서 직원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법의 소지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선 수출입우편물에 대한 검사, 구속·복역 중인 사람에 대한 통신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2021년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도 마찬가지다. 상품 설명 내용을 금융소비자가 이해했음을 서명·기명날인·녹취하도록 하지만, 직원의 모든 통화 내용을 녹음해야 한다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은행권도 '유례없는 정책'에 주목
은행권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현재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선 상품 상담 시에만 선택적으로 대화를 녹취하도록 할 뿐, 모든 통화 내용을 관리하진 않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직원은 "업무용 전화에 국한한 정책일지라도 명백히 인권에 반하는 행위"라면서 "노동조합에 의견을 개진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진이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영진 측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로, 직원에게도 선택권을 줬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상품을 취급하는 등 법적 리스크가 큰 부서를 중심으로 이러한 정책을 운영 중"이라며 "위험을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이지 직원 사생활에 간섭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서와 직원에 한해 선택적으로 참여하도록 했고, 업무 변경 시 삭제를 신청할 수도 있다"면서 "이를 신청하지 않아도 인사상 불이익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도 기업은행의 이 같은 정책에 대해 다소 지나치다고 평가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직원 개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법률·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은행권에선 '선택적 녹취'를 원칙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금소법 시행 이후 대부분 은행이 소비자와의 상담 내용을 보관하는 데 신경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처럼 그 외의 부분까지 녹음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기업은행의 이례적인 행보는 노사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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