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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유럽판 IRA 온다"···K-배터리 촉각

산업 에너지·화학

"유럽판 IRA 온다"···K-배터리 촉각

등록 2023.03.13 13:58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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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리스크 불거지자···IRA 복사판 'CRMA' 추진원자재 자급률 낮은 유럽, 글로벌 점유율 5% 미만보조금 혜택시 배터리 합작사 합종연횡 이어질 듯

사진=박혜수 기자사진=박혜수 기자

유럽이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표한다. 자국 우선주의 성격 탓에 '유럽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불리는 법안이다. 원자재 수급망 개선을 위해 관련 법안을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IRA 도입으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합종연횡을 진행 중인 배터리 기업에 호재가 발생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1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은 14일(현지시간) CRMA 초안을 공개한다. 유럽은 유럽 중요 원자재 위원회(European Critical Raw Materials Board)를 설립해 유럽에서 최소 10%의 광물을 생산하고 가공 역량은 40%까지 끌어올리기로 계획했다. 법안 초안은 "원자재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조율되지 않은 국가적 조치는 경쟁을 왜곡하고 분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됐다.

유럽은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러·우 전쟁 등 원자재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외 리스크로 CRMA 입법을 추진 중이다. 친환경 전환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의 광물의존도를 줄이면서 원자재 수급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가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특정 국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다.

유럽은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원자재 수급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CRMA 입법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이 핵심원자재에 포함 시킨 광물은 2011년 14개에서 2017년 27개, 2020년 30개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하프늄, 갈륨, 게르마늄을 제외하면 유럽의 원자재 세계점유율은 5%를 넘기지 못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관심사는 미국의 IRA와 유사한 보조금 혜택이다. 유럽은 미국만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라 세제 혜택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조사한 지난해 유럽의 전기차(BEV) 판매량은 162만2895대로 미국 판매량(80만2653대)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미국은 IRA를 통해 주요광물 사용 비중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하거나 배터리를 미국에서 제조하는 경우에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관련 기준을 충족한 전기차에는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게 된다. IRA 규정을 지키지 못한 완성차 기업은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원가 중 약 40%를 차지한다. 완성차 기업으로선 IRA로 배터리 수급에 비상등이 켜져 합작사 설립으로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제너럴 모터스), SK온-포드, 삼성SDI-스텔란티스 등의 '배터리 동맹'이 대표적이다. CRMA도 보조금 혜택을 통해 유럽에서 배터리 제조를 유도한다면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합종연횡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CRMA에 따른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CRMA는 골치 아픈 제도"라며 "유럽은 원자재 가공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근거를 일일이 첨부하도록 요구해 보조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RA나 CRMA는 자국 우선주의, 지역우선주의 정책"이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제조해 국외로 수출하는 것 자체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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