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초점은 김 본부장에게 쏠린다. 한화갤러리아 신설법인은 오는 31일 신규 상장 할 예정이다. 분할 후 체제가 자리 잡으면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유통업계 3강이자 재계 선배들이 포진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김 본부장이 이끌 한화그룹 유통 부문의 약점은 뚜렷하다. 갤러리아가 가진 고급 백화점으로서 브랜드 파워는 막강한 편이나 매출 규모가 너무 작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이 3조원을 넘겼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2조원대를 기록했다. 반면 한화갤러리아는 5300억원 수준이다. 점포 수도 6개에 그친다. 30개 넘는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와는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유통 사업 전체를 놓고 보면 더욱 초라한 수준이다. 신세계 유통 부문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30조를 넘겼다. 롯데쇼핑은 15조원에 달한다. 갤러리아와 함게 김 본부장이 맡게 될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매출액을 더해도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다소 부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화그룹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방산·에너지를 맡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과 금융을 맡고 있는 김동원 사장 등 김 본부장의 형들과 비교해 존재감이 미비하다. 한화 그룹 전체 매출(61조원)의 2%도 채 되지 않는 몸집이다.
한화그룹이 유통 사업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한화갤러리아는 실탄 확보 목적으로 자산 효율화 등 재무 구조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 내부에선 한화갤러리아의 인수설이 흘러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영국의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블라인드 펀드 만기가 10년으로 관측되는 MBK파트너스는 투자금 회수가 급박한 상황이다. 매각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과 엑시트 이후 펀드 청산과 수익금 정산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매각의 주체는 MBK파트너스이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 홈플러스 측의 입장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꽤나 무게감 있는 설이라는 전언이다. 때마침 한화그룹은 지난 2003년까지 대형마트인 한화마트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2016년까지는 편의점 씨스페이스도 운영했다. 양측의 카드가 적절히 맞아떨어진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한화그룹 유통 사업은 김동선의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성과를 내야 본격적인 승계 절차를 밟을 수 있기에 크나큰 숙제를 짊어진 김 본부장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다각적 투자와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 중장기 지속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의 행보에 기대감이 커진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