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만 살펴봐도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동구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 ▲2022년 1월 광주광역시 서구 아파트 신축 현장 붕괴 사고 ▲10월 경기도 안성 물류센터 신축 현장 붕괴 사고가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에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모든 일들이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고 절차를 무시하거나 자재를 최소화하는 등 '인재'(人災)에 가까운 사고라는 것이다. 특히 건물이 붕괴되는 것은 저개발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부끄러운 일이다.
심지어 업계 안팎에서는 건물이 붕괴된 현장이 도드라졌을 뿐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건물 중 유사한 문제를 갖고 있는 곳이 상당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대로라면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이 확산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에서의 활동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취재를 종합해 보면 이런 암담한 상황의 배경에는 '배금주의'(拜金主義)가 깔려있다.
우리나라에선 벽과 기둥 사이를 연결해 무게를 분산시키는 '보'가 없는 '무량판구조'가 보편화돼 있다. 공사비를 줄이고 일반분양을 늘리기 위해서다. 무량판구조는 보가 없는 만큼 실제 시공 과정에서 구조안전성과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악수를 두고 말았다. 자재를 최소화하는 설계를 도입하고 이 과정에서 구조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시멘트가 굳는 시간도 줄이고 철근도 최소한으로 심었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안전조차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급격히 오른 원자재가격과 인건비는 현장에서 이보다 더 후퇴하는 결정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미세한 균열이 모여 엄청난 악재로 이어진 것이다.
엔지니어링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현장에선 비용과 시간 등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정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 이 타협점을 찾고 결정하는 것이 엔지니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엔지니어에게 '공학윤리'를 요구한다.
최근 정부는 1기 신도시 등 면적 100만㎡ 이상의 노후 도시를 재건축하는 '노후도시 특별법'을 도입했다.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도시를 재탄생시키는 첫 걸음을 뗀 셈이다. 일부 단지에는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주겠다는 미끼도 내걸었다.
노후 아파트를 정비하는 일은 이제 '시대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기 신도시만 해도 30만 가구에 이르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체에 15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300만 가구가 넘는다.
이러한 중대한 일을 앞둔 상황에서 현재 상태의 '공학윤리'로는 대참사를 불러올 뿐이다. 업계 자정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행정부와 입법부 차원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 장치가 단순히 규제로만 작용하지 않으려면 안전과 이익을 연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안전이 보장되는 기술과 자재, 시공법을 도입하는 현장에 확실히 차이 나는 용적률 혜택을 주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이미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도 아니다.
더 이상 배금주의에 공학윤리가 패배해선 안 된다. 그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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