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품질에 대한 고집···믿고 먹는 식품 생산물류센터 완공으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한 번에"푸드트라이앵글, 동북아시장 수출 전초기지로"
전라북도 익산에는 '하림 푸드 트라이앵글'이 있다. 하림의 생산거점 '퍼스트키친'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 '푸드폴리스'가 10㎞ 안팎의 거리를 두고 삼각형 모양으로 조성돼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하림은 푸드 트라이앵글을 동북아 식품 시장의 수출 전초기지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종합식품기업 하림의 핵심 시설인 퍼스트키친을 지난 25일 찾았다. 퍼스트키친은 첫 번째 주방이란 뜻이다. '온 국민의 공유 주방'이 되겠다는 하림의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오늘날 주방은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조리 기능이 축소되고 '식사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일반 가정의 주방에서 만든 것처럼 신선하고 안전하며, 풍부한 영양가에 편리함까지 더한 식품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견학에서 K1(육수·HMR·냉동식품)와 K2(면류), K3(즉석밥) 세 개 공장으로 이뤄진 퍼스트 키친을 둘러볼 수 있었다. 견학 콘셉트는 '미쉐린 가이드'였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미쉐린 가이드 평가단은 식재료의 신선함을 가장 먼저 본다"며 "퍼스트키친은 '가장 신선한 재료가 아니면 들어올 수 없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나갈 수 없다'는 원칙으로 운영한다. 미식평가단이 돼서 곳곳을 둘러보며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견학은 K1에서부터 시작됐다. 먼저 육수를 만드는 최첨단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육수의 기본이 되는 닭 뼈는 퍼스트키친에서 9㎞ 떨어진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에서 가져온다. 식품공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MSG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사골과 돈골 육수를 20시간 우리고 블렌딩 하는 등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
고기와 채소로 우려낸 육수는 곧장 파이프를 타고 각 생산 공정으로 옮겨져 국·탕·찌개류나 라면 소스 등에 활용된다. 육수부터 포장까지 단 한 번의 프로세스로 진행되는 것이다.
K2는 '더미식 장인라면'과 '유니자장면' 등 면류를 생산한다. 이날은 유탕면 제조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조리·가공 공정을 자동화한 덕에 내부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컨베이어벨트 양쪽에 수십 명씩 늘어서 기계 사이로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장면은 옛말이었다.
몇 안 되는 근무자가 사람 손이 꼭 필요한 몇 가지 작업과 불량품을 선별하는 검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모자부터 장화까지 전신을 가린 작업자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공장 모습은 하림이 위생에 있어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볼 수 있던 대목이었다.
K3은 '더미식 즉석밥'을 생산한다. 양쪽에 2개의 '클린룸'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항상 외부 기압보다 높은 압력을 유지하는 양압 시설을 통해 내부 공기는 끊임없이 밖으로 빼고, 맑은 공기를 유입해 무균화한 공간이다. 보통 즉석밥 공장에선 마지막 포장 공정만 클린룸으로 운영한다.
놀라웠던 점은 뜸 들이는 과정이었다. 통상적으로 즉석밥은 뜸을 들일 때 바로 찬물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포장지가 수축하며 밥이 눌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K3에선 열수(온도가 비교적 높은 물) 뿌리면서 서서히 뜸을 들였다. 그 결과 비닐 포장지와 밥 사이 0.6㎜ 공기층이 유지되게 되고 밥이 눌리지 않아 내부에 골고루 수분이 분포해 맛을 높인다.
당연히 생산량이 줄어들고 원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산도 조절제나 보존료도 전혀 넣지 않는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다른 즉석 밥과 비교 시식해 봤을 때 그 차이가 실제로 명확히 느껴졌다. 더미식 즉석밥에서만 온전한 밥맛이 느껴져 신기했다.
'닭가슴살 핫도그'나 '더미식 갈비탕'도 놀라웠다. 핫도그의 경우엔 살면서 먹어본 제품 중 가장 맛있었다고 할 정도였고, 갈비탕은 HMR 제품이라곤 믿기 어려운 품질이었다. 식당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맛이었다.
시식했던 라면 제품 중에선 유니 자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짜파게티는 '짜파게티' 맛이 난다면, 유니 자장면은 '자장면' 맛이 났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우리는 신선함에 대한 강박이 있다. 기성품 사다 쓰는 게 아니라 엄선한 원물 재료 32가지를 모두 직접 가공해 사용한다"며 "나트륨과 MSG를 줄였고 냉동육도 쓰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에게 권할 수 있는 라면을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밝혔다.
또 "신선한 제품을 만들어도 유통 과정에서 맛이 변하면 안 되기 때문에 8000평 규모 물류센터를 지어 종합식품 기업으로서 유통 과정까지 책임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시간에 시장에 자리 잡기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안다. 하지만 매출은 이미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고 소비자 경험 늘려나가는 중이다. 내수 시장 자리 잡은 후엔 해외 진출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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