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ARM의 핵심 투자자로 나서는 방안 검토"파운드리에 이어 팹리스까지···"투트랙 전략 구사"삼성전자 영향 미미할 듯···"분위기 전환 위한 용도"
14일 블룸버그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나스닥에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ARM의 핵심 투자자(Anchor Investor)로 나서기 위해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구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ARM은 나스닥 상장 이후 주식을 매각해 80~100억 달러(최대 12조73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일본 소프트뱅크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ARM은 모바일 반도체 시장의 절대적인 존재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 시장을 90% 장악하고 있어서다. ARM은 반도체 설계도인 아키텍처를 만들어 AP 제조사인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에 기술 라이센스를 제공하고 이들 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아 매출을 올린다.
반도체 업계에선 양사의 '밀월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운드리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인텔이 ARM의 아키텍처를 발판삼아 모바일 시장 입지를 확대하거나 팹리스 기업의 일감을 파운드리 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인텔이 ARM에 직접 투자할 경우 '팹리스→파운드리'로 이어지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해석한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전문위원은 "ARM은 AP 설계 분야에서 메인 업체"라며 "인텔이 지분을 투자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AP 사업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고 했다. 이어 "인텔은 파운드리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TSMC 등과 경쟁을 하기 위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과 ARM의 밀월 관계는 이미 파운드리 시장에서 구축된 바 있다. 양사는 지난 4월 18A(1.8나노, 1나노=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협력은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시장 기회를 확대하고 팹리스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 2021년 미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을 등에 업고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유럽에 800억 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으며 미국 오하이오주와 애리조나에도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파운드리 공정도 2나노 수준의 20A를 삼성전자의 계획보다 1년 앞선 2024년 상반기에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인텔이 파운드리에 진입하는 건 TSMC나 삼성전자 등 업계 전반의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실질적인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기존에 거둔 성과도 없어 팹리스나 파운드리 등에 삼성전자가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인텔은 CPU(중앙처리장치)만 놓고 보면 전통적 강자가 맞으나 모바일 시장에선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어 (ARM에 투자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으나 인텔이 (파운드리로) 부흥하는 시기도 아니기에 지분 투자는 분위기 전환을 도모하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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