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의 잦은 증권사 직원과 최고경영자(CFO) 소집에 증권사들의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와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문제 될 건 없지만 이를 무기로 과도하게 자본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대놓고 금융당국에 불만을 제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자칫 입을 잘못 놀렸다간 당국의 매서운 칼날을 빗겨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해 수시로 증권사 CEO와 직원들을 소집했다. 지난 3월 14개 증권사 CEO와 만나는 자리가 시작이었다. 당시 금감원은 CEO들을 소집한 이유에 대해 올해 증권산업의 발전방안 및 리스크관리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 4월 말 차액결제거래(CFD) 등과 관련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금감원은 또 한 차례 CEO들을 소집했다. 해당 자리엔 35개 국내 증권사 CEO 및 임원들이 소집됐고 22개 사 CEO 혹은 임원이 자리했다. 이날 간담회에 온 증권사 CEO와 직원들은 모두 어두운 표정으로 금융투자협회에 들어섰다. 금감원은 해당 자리에 대해 당시 발생한 CFD 계좌 발(發) 주가조작 사태 등 시장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라고 했지만 시장에선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4월에 이어 지난 5일에도 금감원은 증권사 CEO들을 소집했다. 이번엔 증권사 리서치 관행과 랩·신탁 불건전 영업행위를 문제 삼았다. 불과 두 달 만에 또 잔소리하기 위해 CEO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금감원은 해당 간담회 전 이미 증권사 리서치 관행과 관련, 2차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을 소집한 바 있다. 실무진과의 자리에서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매수 리포트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엔 CEO들을 소집한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지난 4월부터 7월, 두 달 사이 금감원은 증권사에 대한 지적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신용융자 관련 높은 이자율과 수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임직원의 성과급 잔치, 증권사 리서치 관행, 내부통제 강화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감독이 지나치니 증권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증권사의 위축이 자본시장에 또 다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자본시장의 침체다. 증권사들은 감독이 과해지니 새로운 비즈니스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고 고객 입장에선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접할 수 없게 된다. 자본시장에 투자 기회가 줄어든다면 참여자가 감소할 것이고 당연히 시장은 침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잘못된 사안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하에 개선돼야 하는 것이 맞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보인 금감원의 행보는 자본시장을 개선보단 증권사의 꼬투리 잡기에 혈안 된 모습이다. 대내외 이슈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과도한 감독은 부담이다. 이젠 자본시장의 특성을 고려, 감독에 집중하기 보단 섬세한 관리를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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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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