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표준API·혼선방지"vs플랫폼 "개별API·다양한 정보"핀테크 "정보 처리 방식보단 소비자 선택권에 초점 맞춰야"금융위 "양측 의견 취합해 8월 중순까지 결론 내달라" 요구
앞서 금융위원회는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운영사로 '네이버파이낸셜·뱅크샐러드·비바리퍼블리카·SK플래닛·엔에이치엔페이코·카카오페이·쿠콘·핀다·핀크·해빗팩토리·헥토데이터'등 핀테크 11곳을 지정했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접근성이 좋은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여행자보험 ▲저축성보험 ▲펫보험 ▲신용보험에 대한 가격과 담보 내용을 비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상품 비교 정보를 얼마나 다양하게 전하느냐다. 너무 많은 비교 정보를 기준 없이 내보내면 정보가 오가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제한된 정보만 노출하면 보험사별 특성이 노출되지 않아 비교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어서다.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AIP다. AIP는 보험사와 플랫폼 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을 말하는데 크게 '표준API'와 '개별API' 방식으로 나뉜다. 표준API는 상품별 비교 항목에 대한 정의값을 미리 짜놓고 그대로 보내는 것이다. 반대로 개별API는 이를 통일하지 않기 때문에 업체별로 다양한 항목을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
우선 대형보험사들은 '표준API'를 주장한다. 앞서 손해보험업계 상위 5개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는 '표준API'를 적용하자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표준API를 적용하면 플랫폼에서 보험사로 고객 정보가 이동하는 방식이 전 업계가 동일해지기 때문에 원활한 비교·추천이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다. 또한 보험사 마다 같은 값에 대한 정의를 다르게 내리는 상황을 방지해 정보 호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이 줄어들 뿐 아니라 업무 처리에 드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API를 동일하게 적용할 때 업무로스(loss)를 예방할 수 있고 중소형사의 경우 플랫폼과 연동할 때 따로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경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위해서라도 '개별API'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표준API를 도입할 경우 각 보험사의 일부 공통 비교 항목만 보여줄 수 있고, 각 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담보나 특성을 담지 못한다. 사실상 상품 열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교·추천 서비스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의미다.
A금융플랫폼는 "정보를 보내는 방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초 비교·추천 서비스를 도입한 취지인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건전한 경쟁을 통한 질 좋은 금융 서비스를 위해서 개별API로 가닥이 잡히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소형보험사들도 내심 '개별API'가 적용되길 바라는 눈치다. 표준API가 적용될 경우 이미 대형보험사들과는 다른 장점을 어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 플랫폼을 이미 가지고 있는 중소형보험사들과 인터넷보험사들은 개별API 방식이 내부 프로그램과도 연계하기 더 쉽다고 말했다. 중견 보험사 관계자는 "특히 전(全) 플랫폼과 계약이 힘든 소형 보험사들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이 경우에는 표준API로는 비용 대비 얻는 장점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API에 대한 논의가 보험사와 플랫폼 업체 간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플랫폼 업체는 보험 가입 통로를 플랫폼 안으로 들이고 싶어 하는 반면 보험사들은 가능한 많은 정보를 플랫폼에 내주고 싶지 않은 상호간 줄다리기라는 것이다.
한편, 각 업권의 입장이 판이하게 갈리자 금융당국은 상호 협의 하에 8월 중순까지 논의 결과를 전달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두 가지 방식을 혼용한 '공통API'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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