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기기 공급사업 공고, 사업금액만 2923억원공고안 내놓자 쏟아진 이의신청 "입찰방식 변경 반대""선발주자 KT만 유리···사업실적 기준이라도 하향해야"
5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조달청은 지난달 31일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2023년 학교 스마트기기 보급 및 하자보수 사업 계약' 공고문을 게재했다. 수요기관은 경기도교육청으로, 사업금액만 약 2923억원(VAT 포함)에 달한다. 오는 8일 제안요청설명회(사업설명회)를 거쳐, 다음 달 10일부터 사흘간 제안서를 받고 같은 달 12일 오전 11시 개찰한다.
이번 사업은 '한국판 뉴딜' 정책 일환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추진된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특색을 고려해 1인 1스마트기기(태블릿PC 등)를 보급하고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계약을 따낸 사업자는 스마트기기·충전보관함 보급과 유지보수를 맡게 된다.
돌연 입찰방식 변경···예비 입찰사 '이의신청' 쏟아져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1일 이런 내용이 담긴 '제안요청서(안)'를 미리 공개했는데, 입찰 후보 기업들로부터 134건에 달하는 이의신청을 받았다. 배터리 용량 조건 하향과 같은 세부 규격에 대한 의견을 제외하면, 입찰방식에 대한 지적이 많다. 다수 사업자는 경기도교육청이 그간 유사한 사업에서 MAS 2단계 계약방식을 고수하다, 돌연 '협상에 의한 입찰'로 변경한 사유에 의문을 품었다.
한 사업자는 "경기도 교육청은 그간 MAS 2단계 경쟁 입찰을 통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공존케 하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제품의 질적 향상과 예산 절감을 이루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 이런 과정에서 그 어떤 부작용과 불공정한 행태는 없었다.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은 사실상 대기업에 사업권을 넘겨주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MAS 2단계로 입찰방식 변경을 요청했다.
MAS 2단계는 적합점수를 넘긴 업체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곳을 선정한다. 반면, 협상에 의한 계약은 기술능력점수(90)와 가격점수(10)를 합산, 점수가 가장 높은 업체를 우선순위 대상자로 선정한다. 평가 방식이 대기업에 유리하게 돼 있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중소기업은 사실상 참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체들의 이의 신청에 경기도교육청은 나라장터를 통해 "본 사업은 단순 물품 납품 사업이 아닌 ▲안정적인 지역별 A/S센터 운영 ▲기존환경(무선인프라 및 MDM 등)과의 연계 ▲비전문가인 교사 및 학생에 대한 사용자 교육과 긴밀하고 신속한 현장 지원 등 전문적인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적기준 완화도 '불수용'···"KT에 사업권 주겠단 것"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고수한다면, 평가 지표 중 사업수행실적 기준이라도 완화해달라는 요청 역시 경기도교육청은 불수용했다. 조달청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평가 세부기준 제9조 제3항 제2호에 적시된 내용이라 수정 및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사업수행실적(스마트단말기 납품)을 합산한 금액이 사업금액(약 2923억원)의 100%일 경우 만점 ▲70% 이상 100% 미만이면 배점의 90% ▲40% 이상 70% 미만이면 배점의 80% ▲40% 미만이면 배점의 70%를 준다.
복수 사업자는 사업수행실적 만점 기준을 사업금액의 10% 내지는 30%까지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사업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큰 규모인 만큼, 이를 만족하는 사업자가 KT로 특정돼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앞서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이런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용해 사업수행 실적 규격을 조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에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TGS, LG헬로비전과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할 것으로 본다. 이들이 주축이 돼 유지보수를 담당할 중소기업 2~3곳과 동행하는 식이다. SK텔레콤은 현재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고, CJ올리브네트웍스나 롯데정보통신 등 SI 업체와 중소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행대로라면 사업수행실적 최고점은 KT 컨소시엄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3년간 사업수행실적(총액 단순 계산)은 ▲KT 컨소시엄이 4300억원(KT 2600억·TGS 1700억원) ▲LG유플러스 컨소시엄이 1120억원(LG헬로비전 970억·LG유플러스 150억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평가항목이 입찰 당락을 가를 핵심 지표라는 게 복수 업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총 90점인 기술능력점수 중 84점은 사업자 신용도가 반영돼 대기업 사이에선 변별력이 없다. 가격점수인 10점도 제품을 삼성전자 등에서 같은 값에 공급 받아 대동소이하다.
남은 건 사업수행실적이 반영되는 6점인데, 최근 3년간 실적이 1170억원(사업금액의 40%)에서 2016억원(69%) 사이인 회사(컨소시엄)도 애초에 1.2점을 뒤진 채 시작하게 돼 불공정하다는 얘기다.
이번 입찰에 관심을 보인 한 사업자는 "사업수행실적 평가기준을 유지한다면, 결국 특정 기업(KT)에 사업권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업의 기술 난이도도 웬만한 기업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인 만큼,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배점 규격을 반드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선례가 인정되면, 선발 주자만 공공사업을 따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Limjd8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