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25년 SAF 도입 의무화···혼합비율 단계적 상향탄소 배출 80% 이상 줄일 수 있지만 문제는 비용 부담운임 인상 불가피···보조금 지급 등 국가적 정책지원 시급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4월 SAF 도입을 의무화하는 'REFuelEU'법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유럽지역에 항공기를 보내는 항공사들은 2025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혼합해야 한다. SAF의 혼합 비율은 2030년 6%, 2050년 70%로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게 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항공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1.06기가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를 차지했다. 이는 육상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인 12%의 6분의 1이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단거리 운행 비행기의 km당 탄소 배출량(225g)은 중형 디젤트럭(171g)보다 50g 이상 높다.
특히 항공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연평균 2.15% 증가해 2050년엔 2.05기가톤에 달할 전망이다. 항공 산업의 글로벌 석유 사용량(2019년 기준)은 전체의 8%로, 이는 하루 700만배럴 수준이다. 업계는 글로벌 항공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에 따라 항공업계의 석유 사용량이 2050년 139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1년 중국의 전체 석유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항공기는 전동화 전환 한계···SAF, 가장 현실적인 탈탄소 방안
글로벌 각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전기차 보급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항공기는 100% 전동화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궁극적인 탄소중립을 위해선 친환경 항공유 도입이 필수적이다. 바이오 연료, 폐식용유 등을 활용해 만드는 대체 항공유인 SAF는 생산부터 사용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80~90%까지 감축할 수 있다.
기존 연료와 혼합하는 SAF는 항공기나 엔진의 개조가 필요하지 않아 가장 현실적인 탈탄소 방안으로 꼽힌다. 생산에 필요한 인프라가 기존 정유 기술과 같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선택지다.
국내 항공산업을 이끄는 대한항공은 EU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SAF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파리~인천 구간 정기편 노선에 바이오항공유를 도입했고, 9월에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과도 업무협약(MOU)를 맺고 2026년부터 5년간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 공항에서 바이오 항공유를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
또 대한항공은 지난 6월 GS칼텍스와 국내 최초로 SAF 실증 연구를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GS칼텍스로부터 공급받은 SAF를 인천발 로스앤젤레스행 화물기에 급유해 오는 11월까지 총 6회의 실증 운항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안전성 및 에너지 소비효율 등 SAF의 성능을 시험하고 정부는 바이오 항공유 품질 등 관련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제는 항공업계가 SAF를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항공업계가 SAF를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비용' 문제가 첫 손에 꼽힌다. 항공사들은 대체로 마진이 낮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비용을 늘릴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항공유 대비 최대 8배 비싼 SAF···업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현재 SAF의 가격은 기존 항공유 대비 2.5~8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연료비용이 전체 비용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고가의 SAF를 대량으로 확보하기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유럽 노선을 보유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EU의 규제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두 항공사는 규제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유럽 노선 비중도 높지 않은 만큼 SAF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SAF는 도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나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국내 업체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대한항공에 SAF를 공급하는 GS칼텍스도 핀란드의 바이오 항공유 전문기업인 '네스타(NESTE)'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카이스트, 유니스트 등 연구소에서 생산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통상 SAF는 공급 원료 선택에 제한이 따른다. 식물성 기름을 기반으로 한 작물은 식량으로 우선 쓰이고, 동물성 폐지방도 다른 산업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임업이나 농업 폐기물을 사용해 알코올을 만드는 상업화된 공장은 아직 전 세계에 없다.
따라서 국내 항공업계가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에너지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SAF 사용 시 보조금과 세금 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EU도 항공사가 SAF 연료로 전환할 수 있도록 탄소 규제 시장을 바탕으로 마련된 20억 유로(약 2조7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우리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목표 달성을 위한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연료 효율이 우수한 최신 항공기의 우선 도입 ▲SAF 활용 비중의 점진적 확대 ▲공항 시설의 리모델링 ▲공항 조업 차량의 친환경 차 전환 지원 등의 계획을 담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 항공유를 2026년까지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SAF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 방향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부담은 크지 않겠지만 SAF의 사용 비중을 늘려갈수록 항공운임의 인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EU의 SAF 의무화 규제는 보조금 지급, 생산시설 투자 등 각 기업보다 정부 차원에서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서원 삼성증권 ESG솔루션팀 수석연구위원은 "항공 부문의 탄소 배출량 규제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SAF를 비롯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하는 이퓨얼(E-fuel), 탄소 저배출 비행 기술, 공항 운영 기술 최적화 및 항공기 제조 혁신 등 다양한 탈탄소 방안들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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