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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뉴 전경련' 출범 한달···"한경협, 국민 시선 바꿔야"

산업 재계

'뉴 전경련' 출범 한달···"한경협, 국민 시선 바꿔야"

등록 2023.10.19 15:13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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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재발 방지···'준감위' 닮은꼴 윤리위원회 발족4대그룹 회동 감감무소식···회원사 회비 납부도 제자리 "국가 경제 돕는 역할 찾아야···과거 사례 반복 안 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한국경제인협회 출범 표지석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한국경제인협회 출범 표지석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간판'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변경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정경유착' 재발 방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던 류진 한경협 회장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와 성격이 유사한 윤리위원회까지 발족하며 한경협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4대 그룹 기업인과의 회동은 물론 회비 납부 등 매듭짓지 못한 점은 숙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경협이 4대 그룹의 동참을 이끌려면 국민적 신뢰를 서둘러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지난달 18일 55년 만에 기관 명칭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새롭게 출범했다. 전경련 시절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로 4대 그룹 탈퇴 등의 내홍을 겪은 뒤 쇄신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다. 같은 달 19일에는 새로운 출발의 의미를 담은 명칭 변경을 기념하기 위한 현판식도 개최했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최근 외부위원 4인, 내부위원 1인 등 총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도 발족했다. 초대 위원장인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효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현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박광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가 외부위원으로,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이 내부위원으로 참여한다.

한경협은 이번 윤리위원회 설치에 대해 "한경협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단체로 거듭날 수 있는 핵심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위원에 여성 2인이 포함되어 있으며 법조·학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함으로써 다양하고 전문적인 시각에서 협회와 회원들의 윤리경영 사안을 심의하고 조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진 회장은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로서의 위상 회복을 위해 환골탈태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한경협은 기관 명칭 변경 후 한 달이 흐른 지금까지 구체적인 쇄신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 회장은 취임 후 한 번도 4대 그룹 총수는커녕 기업인과 공식적인 만남을 갖지 않았고 4대 그룹의 회비 납부 등도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다.

류 회장은 재계 서열 70위권인 풍산그룹을 이끄는 총수라 취임 전부터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4대 그룹을 품고 재계를 대표하기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에 류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제가 큰 재벌이 아니기 때문에 위와 아래를 연결하는데 더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기업인과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경협은 지난 8월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의결하며 한경연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던 4대 그룹 회원사를 자동 승계했다. 4대 그룹 입장에선 7년 만에 한경협에 재가입한 셈이다. 기존 전경련 회원사 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4대 그룹 계열사가 한경협 회원사로 있다.

다만 회비 납부와 회장단 참여 등 실질적인 복귀는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삼성의 경우 회원사가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려면 준법감시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또 특별회비 등 통상적인 회비 외 금원을 제공하려면 사용 목적, 사용처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후 준감위의 사전승인을 얻도록 했다.

삼성 회원사의 회비 납부와 관련한 승인 기준에 대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관계자는 "금원의 목적이나 사용처 등에 대한 사전·사후심의 및 점검을 다각도로 진행할 방침이라면서" "다만 이에 대한 내부 기준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경협이 전경련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평가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성과를 현재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나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으면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원사로서 회비 납부는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한경협이 재벌 2~3세 집단만 모이는 과거의 모습을 반복한다면 '자기들만의 잔치'로 인식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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