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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커지는 불확실성 공포···'혁신' 꺼내든 총수들

산업 재계

커지는 불확실성 공포···'혁신' 꺼내든 총수들

등록 2023.10.23 15:57

수정 2023.10.24 08:13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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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혁신의 전기 마련" 최태원 "확실한 변화" 어려운 경영환경 지속에 기술력·투자 재차 강조과거 선대 사례에서 미래 경쟁력 찾기도 활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현상'에 더해 미·중 갈등, 아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고조되며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BSI(기업경기실사지수)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 전망치는 19개월 연속 부정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주요 먹거리인 반도체, 전자부품, 화학 분야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내년 경영환경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감까지 커진 상태다.

이에 국내 경영계는 '혁신' 카드를 내세우며 위기에 대응하는 생존전략 마련에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다. 총수들은 현장 경영과 사업 점검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내외 위기 상황···투자·기술력 전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장을 여러 차례 찾아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일 오전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건설 현상을 둘러보고 경영진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커지는 불확실성 공포···'혁신' 꺼내든 총수들 기사의 사진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사업에서 수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음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2분기 R&D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2% 늘렸고 시설투자도 18% 증가한 1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016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서든 데스(돌연사)' 위험성을 꺼내 들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서든 데스' 화두를 다시 들고나온 것에 대해 현재 그룹이 맞닥뜨린 경영환경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올해 상반기 그룹 주요 사업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에서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다.

최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CEO 세미나' 폐막식에 참석해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경고하며 CEO들에게 사업 확장과 성장의 기반인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9년 회장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지속성장하기 위한 조건으로 '고객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달 열린 사장단 워크숍을 통해 "미래 준비에 있어 시장성과 성장성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차별적 고객 가치에 보다 집중해 더 절박하게 미래 준비에 대한 실행력을 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7월 열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서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꿔 달라"며 혁신을 당부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수들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위기', '리스크' 등의 언급을 항상 더 많이 하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시장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사전에 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시그널을 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과거에서 찾는 미래 경쟁력···창업정신부터 선대 철학도 꺼냈다
총수들은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 창업 정신부터 선대 회장의 철학도 되새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 이건희 선대 회장 3주기 추모와 삼성 신경영 30주년을 기념해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또한 이재용 회장은 이 선대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과 함께 발족한 'LIF(이건희와 일본 친구들)' 정례 교류회를 지난 주말 주재하고 선대 회장의 뜻을 계승해 LJF와 공고한 신뢰·협력 관계를 미래에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5월 이탈리아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최초 공개하며 정주영 선대 회장의 수출보국 정신과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했던 당시 임원들의 열정을 되짚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행사에서 "선대 회장님의 인본주의 철학과 명예회장님께서 품질과 기본을 강조하신 것을 바탕으로 저는 미래 모빌리티를 통해 사람을 향한 진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달 창립 71주년 기념사를 통해 '창업 시대의 야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근의 지속적인 사업재편과 M&A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업 시대의 야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100년 한화 그 이상의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매 순간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불굴의 창업정신과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3세 경영 체제가 열린 가운데 과거 역동적인 창업정신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 목표를 선명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경기 침체 상황에서 조직을 좀 더 단단히 다져나가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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