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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K-보스턴 프로젝트, 한국 임상현장에 맞는 지원 필요하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K-보스턴 프로젝트, 한국 임상현장에 맞는 지원 필요하다"

등록 2023.11.12 08:00

유수인

  기자

고려대 구로병원 R&D 페어, 연구중심병원 방향성 논의 패널토론 "연구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먼저" 한목소리 복지부 R&D 지원 강화···갈라파고스식 연구 탈피 박차

정은영 복지부 보선산업정책국장은 정은영 복지부 보선산업정책국장은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미국 연구우수병원을 한국 연구중심병원의 글로벌 협력연구병원으로 선정해 혁신 아이디어 기반의 공동 R&D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연구중심병원 간 글로벌 협력연구, 의사과학자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한미 공동 암연구, 국가전략기술 특화 연구소 지정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유수인 기자

"하버드가 좋다고 꼭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이규도 고려대 세종캠퍼스 산학협력단 부단장은 지난 10일 고려대 구로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R&D 페어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 임상현장에 맞는 연구중심병원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헬스 산업 거점으로 부상···정부 '연구중심병원' 지원 확대
현재 정부는 2025년부터 시작될 2기 연구중심병원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3년 우수한 연구 잠재력을 보유한 병원이 진료와 연구를 균형적으로 병행해나갈 수 있도록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가천의대 길병원, 경북대병원, 분당차병원 등 10개의 연구중심병원을 지정해 9년간 육성해 왔다. 병원이 진료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연구 역량을 확보하고 사업화를 진행해 보건의료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바이오헬스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고 R&D 성과가 글로벌 시장 선점에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으면서 연구중심병원이 산업 생태계 조성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 R&D예산을 삭감하는 기조 속에서도 보건복지부 R&D 예산은 올해보다 12% 늘린 7801억원을 편성했다. 또 국내 우수 연구기관과 보스턴 선도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에 604억원을 편성, '갈라파고스식 연구' 관행 탈피에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 보스턴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하버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같은 유수의 대학과 1000여개의 바이오 기업, 연구소, 병원이 밀집해 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정은영 복지부 보선산업정책국장은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는 미국 연구우수병원을 한국 연구중심병원의 글로벌 협력연구병원으로 선정해 혁신 아이디어 기반의 공동 R&D를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연구중심병원 간 글로벌 협력연구, 의사과학자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한미 공동 암연구, 국가전략기술 특화 연구소 지정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며 "하버드에서는 연구 인력을 제공 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연구 역량 성장에 도움을 준다. 연구 펀딩 쉐어로 연구비의 일정 부분은 한국인 고용에 쓰일 수 있다"며 "국내 연구중심병원은 선진기술, 교수진들의 연구 기회, 다기관 임상연구 경험 등을 얻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 국장은 "2025년 이후에는 한-미 연구우수병원 간 공동연구, 다국적 기업과의 기술협력 확대 등 R&D 임무 지향성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아울러 바이오 핵심 인력인 의사과학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사과학자 등 인재 양성 및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韓 의료환경선 연구 지속 어려워···현실 맞는 제도적 지원 필요"
다만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국 임상 현장에 맞는 연구중심병원 사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국내 연구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의료 환경 특성상 의료진들은 밀려드는 환자 진료로 연구에 집중하기 곤란한 실정이다.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국 임상 현장에 맞는 연구중심병원 사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국내 연구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좌측부터) 정희진 고대구로병원장, 이규도 부단장, 김경상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영상), 서재홍 교수, 박일호 교수. 사진=유수인 기자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한국 임상 현장에 맞는 연구중심병원 사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국내 연구진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좌측부터) 정희진 고대구로병원장, 이규도 부단장, 김경상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영상), 서재홍 교수, 박일호 교수. 사진=유수인 기자

이날 패널로 참석한 박일호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연구를 지속하려면 연구조직 자체의 기반이 탄탄하고 실력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도교수와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성장해 박사를 따고 잘 나가더라도 연구에 남아야 해당 연구가 지속될 것"이라며 "그런 기본적인 연구소 구조가 병원에선 확립되기 어렵다. 당장 환자 상황이 좋지 않으면 병원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내가 스위치를 꺼도 (연구에 대해) 같은 생각을 이어가는 기본 조직이 확립돼야 내가 돌아갔을 때 연구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에서 연구단위들이 점점 줄고 있어 걱정이다. (연구조직들이) 연구단위에 대한 시나리오를 확립해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서포트 받아야 한다는 게 있어야 조직이 살아남고 성장해서 연구자와 매칭해 뭐라도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서재홍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도 "우리나라에서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시행한지 11년이 돼간다. 미국은 실질적인 부를 창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며 "병원이 연구 인프라에 투자하고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하버드는 처음에 교수를 뽑으면 대부분 월급을 주지 않고 자기 펀드에서 월급을 나가게 한다. 펀드로 연구를 지속하게 하고, 살아남지 못하면 다른 병원으로 이직을, 살아남으면 다음 스텝을 밟게 된다"며 "병원에서 스텝들을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스텝들과 연구 데이터를 보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별도의 월급을 주지 않고 연구과제에서 까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간접비(오버헤드연구비)가 40~50% 되기 때문에 그걸로 행정을 돌리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지만 우리는 20%밖에 되지 않는다. 간접비가 적은 것은 연구 투자에 있어 큰 장애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병원장은 현실에 맞는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병원장은 "미국 모델에서 좋은 점들을 보고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시작한 것 같은데 양상이 전공의 주80시간 도입과 비슷한 것 같다. 좋은 면을 가지고 도입했지만 진료시스템이 달라 우리나라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한국형 사업 추진을 위해선 우수한 인력들과 연구조직이 병원에 안정적으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며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간접비 유입이 있을 수 있겠고 안정적인 펀딩, 발전기금, 기부금 등도 될 수 있다. 그런 제도들이 뒷받침돼야 신진연구자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부단장 또한 "연구가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새로운 연구자들이 나올 수 있다. 하버드가 좋다고 하버드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 한국에 맞는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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