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업계가 유독 소송전에 자주 휘말리는 이유는 제품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제품에 뛰어난 기술을 탑재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확인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수기 업체들은 소형 제품이나 얼음을 제조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내는 등 소비자들이 눈으로 쉽게 파악, 확인할 수 있는 핵심적 기술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탁월한 기술력을 집약한 인기 제품을 출시하는 것만으로도 한 정수기 업체가 시장 전체의 판도를 흔들만한 여력도 충분히 있다. 이에 따라 타사의 기술 침해나 디자인 모방 등에 대해 더욱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올해 업계의 큰 주목을 받게 된 건 다름 아닌 SK매직과 쿠쿠홈시스의 소송이다. SK매직이 지난 5월 쿠쿠홈시스를 상대로 얼음정수기 관련 특허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접수한 이후 5개월 만인 지난 10월에는 쿠쿠홈시스가 특허심판원에 특허권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10년간 특허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코웨이, 청호나이스와 마찬가지로 장기 소송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졌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의 소송 역시 비슷한 방향성으로 흘러갔었기 때문이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2014년 코웨이가 얼음정수기와 관련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코웨이의 100억원 배상 판결이 나자 코웨이는 무효 소송을 청구했다.
특허심판원이 코웨이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관련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양사는 현재 손해배상에서의 소송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지만 양사가 소송전에 따른 경영상 불확실성은 물론 관련 비용에 대한 중장기적인 부담까지 끌어안게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한쪽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코웨이, 청호나이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SK매직, 쿠쿠홈시스의 얼음정수기 소송도 언제 끝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 다만 정수기 업체들이 기억해야 할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소송은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정수기 업계가 우호적이면서도 건전한, 선의의 경쟁 관계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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