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 만료에 다음 행보 주목 역대 회장처럼 연임 가능성 충분하지만 '저성장 위기' 그룹 현안에 고사할 수도
27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맞는다. 이에 대한상의도 해가 바뀌면 곧바로 후임 인선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대한상의 회장의 임기는 3년이며 상공회의소법(2008년 개정)에 따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역대 회장 대부분은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켰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경우 2005년 1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대한상의를 이끌었고, 바통을 넘겨받은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은 2013년부터 2021년 3월(손 회장 잔여 임기 포함)까지 약 8년간 재임했다.
이에 대한상의 차원에서도 최 회장에게 먼저 의중을 물을 것으로 점쳐진다. 사실 대한상의로서는 대체할 인물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 회장은 국내 4대 그룹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상의 회장을 맡았는데, 이후 재계의 대변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 전통 제조업에서 IT 등 신사업으로 저변을 넓히며 조직 위상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SK가 직면한 상황은 최 회장에게 고민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과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이 불경기로 인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게 바로 그 대목이다.
실제 그룹의 '버팀목' SK이노베이션은 올 1~3분기 누적 1조831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6822억원)의 30% 수준이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지출이 늘어난 가운데, 국제유가·정제마진 동반 하락에 수익성을 지켜내지 못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7조758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은 늘어난 반면, 수요는 위축되는 '겹악재'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떨어진 게 화근이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판매 호조에 하반기 접어들어 D램 사업이 흑자로 돌아섰고, 시장에서도 회복의 시그널이 포착됐지만 이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기까진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내년 사업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핵심 사업군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내부에서도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것으로 감지된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오너가(家) 최창원 SK디스커비리 부회장이 등판하고, 내부적으로 조직 효율화를 명분 삼아 인력 재배치를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방증한다.
최 회장 역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룹 CEO 세미나에서 지정학 위기 심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변하고 있다며 '서든 데스' 위험을 강조했다.
따라서 최 회장도 그룹 일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특히 최 회장은 2023년 유독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엑스포 유치부터 대통령 해외 순방에 이르기까지 일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엑스포 민간 유치위원장으로서 연초부터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지지를 호소했고, 여섯 차례나 대통령 해외 일정에 동행하며 외교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총수로서 그룹 살림살이까지 챙기긴 버거웠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4년은 SK에 무척 중요한 한 해다. 이미 공개한 청사진대로 신사업 투자를 차질 없이 수행하면서도 그 노력이 그룹 전반에 재무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무거운 숙제를 짊어지고 있어서다. 앞서 최 회장은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를 새 먹거리로 지목하며 이들 사업에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지난 19일 대한상의 기자단 간담회 중 연임에 대한 질의에 "아직 기간이 남았으니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자신도 돌아보겠다"면서 "연말에 쉬면서 생각을 가다듬어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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