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1년간 12.8% 늘었는데 점유율은 제자리일본 브랜드는 20% 이상 성장···'충성고객 부재'경쟁 심화 속 수요 둔화···"차별화 전략 나와야"
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한 78만5451대를 판매했다. 현지 전략차종인 텔루라이드(10.9%)를 비롯해 카니발(121.7%), 스포티지(12.4%), 니로(26.3%), 셀토스(31.4%) 등 SUV‧RV 차종들이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한 결과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5.1%)은 전년 대비 0.1%p 증가하는데 그쳤다. 생산차질을 겪었던 일본 브랜드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수요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아의 미국 점유율 순위는 GM, 토요타, 포드, 스텔란티스, 혼다, 닛산, 현대차에 이은 8위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일본 혼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33% 급증한 130만8000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마쯔다(36만3000대)와 닛산(89만9000대)의 판매량도 각각 23.2%씩 늘어났다. 특히 닛산은 지난 2022년 현대차에 내줬던 6위 자리를 1년 만에 탈환했다. 토요타의 판매 성장률(6.6%)은 다른 일본 브랜드보다 낮았지만 시장 2위(224만8000대) 자리는 굳건히 지켰다.
전년 말 혼다 32.5% 늘고 기아는 0.20% 감소
지난해 말엔 기아의 부진과 일본 브랜드의 판매회복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혼다와 토요타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5%, 17.7%씩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아의 판매량은 0.20% 감소하면서 일본 브랜드와 대조를 이뤘다. 한 지붕 식구인 현대차도 4.3% 증가하며 선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따라서 2021년부터 본격화된 기아의 급성장세는 경쟁자인 일본차의 생산차질이 뒷받침됐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충성고객들이 일본 브랜드와 테슬라에 비해 적은 점은 기아의 최대 아킬레스 건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업계 최저 수준이었던 기아의 인센티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기아의 지난해 12월 미국 신차 인센티브는 1812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7.1%나 증가했다. 절대적인 인센티브는 여전히 낮게 유지되고 있지만 증가 폭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요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대기수요가 소화되면서 10% 후반대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2.6% 증가한 1600만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소비심리가 둔화된 배경으로는 고금리 부담이 첫 손에 꼽힌다. 소비자 대부분이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미국 자동차 시장 특성상 높아진 신차 가격과 추가적인 이자 부담이 소비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얘기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3년엔 공급망 차질로 인한 이연수요 효과 장기화되면서 견조한 업황이 지속됐다"면서도 "올해는 신차 생산 정상화에 따라 이연수요 효과가 지속 소멸되고, 경쟁 심화로 코로나 이전 업황으로 지속 회귀하게 될 것으로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자는 테슬라'···독자적 브랜드 이미지 강화해야
올해 미국에서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이 없는 것도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배경이다. 전기차 간판모델인 EV6는 올해 하반기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EV3‧4‧5 등 신차는 연내 출시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 라인업을 늘린다고 해도 올해 치러질 미국 대선결과에 따라 현지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값이 싸지만 품질이 좋지 않았던 현대차와 기아는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품질을 크게 개선했고, 특히 기아는 디자인 면에서 현대차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특히 전동화 분야에서는 완성차업체들 중 가장 빠르게 앞서나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새로운 경쟁자인 테슬라가 지배하고 있다"며 "기존 완성차업체들까지 전동화 분야에서도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기아가 미국에서 독자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충성고객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동차의 평가기준을 제시하는 큰 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성향도 매우 까다로운 편"이라며 "디자인과 품질, 마케팅에 이르는 삼박자를 충족해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PBV(목적기반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구체화해 현대차와 차별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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