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취지 상 지원 폭넓게 고려해야""태영, 강도 높은 자구안 제시는 기본 조건""부실 PF사업장 조사·정리 신속 처리해야"
이 원장은 9일 '2024년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 에서 "채무자 측이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직접 채무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태영그룹 전반의 유동성을 고려한 지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다만 그는 워크아웃을 개시하더라도 태영그룹의 유동성을 무조건 보장해 준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지난주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의 불신이 있었던 상황에서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지난주 중후반 이후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과 채무자(태영건설)간 상당한 불신이 생겨 더 이상 논의가 어려운 국면 가운데 윤 회장의 요청으로 만남을 가졌다"며 "이는 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고, 오늘 열린 간담회에서도 태영건설이 디폴트가 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전해 들은 데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감독당국이 양측의 원활한 대화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감독당국도 채무자와 채권단 합의에 기초한 워크아웃 추진을 뒷받침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원활히 조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율 역할을 다해나가겠다"며 "워크아웃 기본 취지에 따른 채권단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감독당국도 비조치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담당자 사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전제조건으로 태영 측의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이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이 수반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에서 자기책임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 기업에 대한 금융채권을 유예해 유동성 여유를 주고, 채무자는 상거래채무와 같은 비금융채무 상환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부담하는 것이 기본 구조인 만큼, 자력 있는 대주주가 워크아웃 중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취약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돼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채권금융회사의 선제적 구조조정 노력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만에 하나라도 향후 1~2년 내에 다시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근거로 예상되는 손실인식을 지연하고 구조조정을 미루기만 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감독당국은 좌시하지 않고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특히 각 업권별로 향후 예상손실 규모를 고려해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신속한 충당금 적립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조조정 기업의 협력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거래 상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지원하는 한편 최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영세 중소건설사의 유동성 애로가 악화되지 않도록 상생금융 차원에서 적극적인 배려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PF사업장을 점검해 사업성이 없는 PF사업장의 신속한 정리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문제는 작년부터 채권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대주단협약을 가동하는 등 연착륙 유도 영향으로 시스템리스크 발생 등의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많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PF대주단은 보다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장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향후 구조조정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해 채권단의 노력만으로 어려울 경우 필요한 조치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임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오늘(9일) 오전 11시 태영건설은 최종 자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같은날 오후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태영건설 자구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며, 오는 11일 열리는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된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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