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올해 적격비용 재산정 작업 시기가 도래했는데, 총선과 시기가 맞물리면서 수수료율 인상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수수료율 인상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마케팅 비용, 결제대행업체(VAN) 수수료 등 카드 결제 전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를 뜻한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이 적격비용을 고려해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다시 책정하는 제도다.
카드 수수료는 지난 2007년 이후 14년 연속 인하됐다. 가장 최근 적격비용을 재산정했던 2021년 12월 금융당국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우대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0.8~1.6% 수준에서 0.5~1.5%로 낮췄다. 이에 전체 가맹점의 96.2%인 287만8000개가 매출액 구간별로 우대수수료를 적용받게 됐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업(業)의 '본질'인 결제 사업 경쟁력이 악화했다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의 총수익 중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38% 수준으로 5년 전인 2018년(55%) 대비 17%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카드 업계는 현행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개편해 가맹점 수수료의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여신금융업계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영업규제 개선을 이끌어내겠다"며 "신용카드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카드 가맹점수수료 제도 개선이나 신용카드의 사용처 확대 및 지급결제 업무 수행 등 업계의 과제를 놓치지 않고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TF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논의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 보니 카드사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업계에서도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 변경에 대한 이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말그대로 '적격비용을 산출'해야 하는데, 단순히 주기를 일단 미루고 보자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하가 아닌 적절한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인하되는 것보다 일단 기간을 늦추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찌 됐든 상황 자체가 진척이 되지 않고 있으니 카드사들이 어떤 의견을 내놓아도 이는 '소리없는 아우성'인 셈이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위한 TF가 출범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뒷짐을 지고 뒤로 미룰 때가 아니라, 현실적인 수수료율 기준점 마련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할 때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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