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PBR 낮은 기업 대상 공시 의무화 고민"업계 "공시 규제 늘어나지만 인력은 한정적"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하는 측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PBR이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어떻게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공시를 하게 유도함으로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제도를 운용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투자의 지표 중 하나로 쓰인다. 기업의 주가가 주당순자산 가치보다 높으면 PBR은 1 이상으로 나타나고, 주가가 주당순자산 가치보다 낮으면 1 이하가 된다. 즉, PBR이 1 미만인 기업은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어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PBR 1 미만인 종목(우선주, 스팩 등 제외)은 지난 18일 종가 기준 1096곳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전체 종목의 절반에 가까운 46.17%의 비중을 차지했다. 결국 상장사 절반가량이 PBR을 올리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하는 상황이다.
물론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일본의 경우 일본거래소(구 도쿄·오사카증권거래소)의 기업경영 변혁 정책으로 PBR 개선을 이룬바 있다. 지난해 JPX는 우리나라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라 할 수 있는 프라임시장, 스탠더드시장 상장사 약 3300곳에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JPX의 압박에 일본 내 상장사들은 ▲현황 분석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 ▲주주환원 방안 ▲성장 전략 등을 공표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일본 프라임시장 상장사 1800개사 중 PBR 1배 이하인 기업은 전체의 41%로, 기존 51% 대비 10%포인트가량 개선됐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 또한 해당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체적 주주환원책 제시·실행, 자사주 매입과 증액을 동한 ROE 향상, 성장 전략 제시와 실현 가능성 공표 등이 안정 투자자금을 불러들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달 15일부터는 개별 상장기업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구체적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의 명단을 매월 공표하기로 발표했다"며 "무늬만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주주가치 노력을 요구하고 이를 정부가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부담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시 관련 규제가 늘어가는 추세임에도 인력이 부족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경우 저 PBR 경향이 있는 업종들이 분포해 있어 공시 의무화 도입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저평가 기업의 PBR을 높이는 것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나 영문 공시 등 최근 강화된 공시 규제를 맡을 수 있는 인력은 적은 상황"이라며 "비교적 몸집이 큰 상장사들이 모인 유가증권시장으로 한정한다고 해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여력의 상장사는 그리 많지 않아 추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라고 토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또한 "장기적인 차원의 흐름에서 국내 상황에 맞게 잘 녹일 수 있도록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무조건 저 PBR이라고 해서 1이라는 허들을 설정한다면 사실상 기업의 입장에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부담을 가진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경우 저 PBR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 계획을 제시했음에도 기대 효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허위 공시나 제제, 반발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오해가 생기지 않게끔 적정선을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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