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맡는 수소연료전지사업···지속 투자여력 확보신형 넥쏘 출격 예고···연료전지 원가절감·내구성 높여야'그린수소' 상용화 선행돼야···중국업체 대응책도 시급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산하의 수소연료전지 사업 부문이 오는 5월 31일까지 현대차로 이관된다. 현대모비스의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 관련 설비와 자산 및 연구개발(R&D), 생산‧품질 인력 일체가 2178억원에 현대차로 넘어갈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현대차그룹 내 분산돼 있던 수소연료전지 R&D(현대차), 생산‧품질(현대모비스) 기능 조직이 하나로 합쳐지게 됐다. 수소 생태계 구축 등 미래 신사업 추진 역량을 한 곳으로 모아 효율성을 높이고, 수소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내년 출시될 예정인 신형 넥쏘(페이스리프트)를 비롯해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 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수소 비전 달성을 위해선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에 이르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현대차를 중심으로 그룹의 수소 역량이 결집되면서 사업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수소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차는 지난해 말 수소사업 관련 임원을 교체하며 수소사업에 대한 의지와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로날드 그라스만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사업개발2팀장(상무)가 지난해 말 유럽으로 떠나고 새로 영입된 김태윤 상무가 수소연료전지기술개발실장으로 임명됐다.
임원 바꾸고 수소사업 새 비전 제시···수전해 상용화 총력
지난달엔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는 새로운 수소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그룹사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시켜 수소 에너지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수소 산업의 모든 밸류체인을 연결해 생산부터 활용까지 수소 사업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궁극적인 친환경 수소인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해 수년 내 메가와트(MW)급 수전해기를 양산화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수소에너지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주요 계열사들과 협업할 방침이다. 우리 정부도 수소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만큼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또한 현대차는 내년쯤 유일한 수소전기 승용차인 넥쏘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넥쏘는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1만대 판매를 넘기기도 했으나 지난해엔 5000대 밑으로 뚝 떨어졌다.
넥쏘는 2018년 첫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약 3만7000여대 팔린 넥쏘는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 1위 모델이다. 현대차는 신형 넥쏘를 앞세워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에서의 높은 지배력을 굳건히 다진다는 목표다.
최근 토요타, 혼다 등 일본브랜드들도 현대차에 맞서 신형 수소전기차를 쏟아내고 있다. 토요타는 기존 미라이에 이어 크라운 기반의 수소전기차를 출시했고, 혼다도 CR-V 기반의 수소전기차를 곧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日보다 원가 높고 점유율은 中에 밀려···수소 전략 '시험대'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수소연료전지의 내구성과 효율성, 가격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넥쏘 출시 당시엔 인프라 구축이 중요했지만, 현재는 수소전기차 자체의 경쟁력과 '그린수소' 생산 여부가 중요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그린수소의 상용화가 중요하다"며 "수소전기차가 대중화되려면 친환경적인 수소 사용이 전제돼야 하고, 수소전기차의 효율성도 더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지난 CES 2024에서 그린수소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장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터리는 자원으로서 한계성이 있지만 수소는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광물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기술만 가지고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넥쏘 등 현재의 수소전기차는 순수전기차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현재 20만km 미만인 수소연료전지의 내구성이 50만km 이상으로 높아져야 한다"며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승용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내구 품질을 더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토요타 미라이의 수소연료전지에 들어가는 백금 촉매는 17g이지만 현대차 넥쏘에는 55g이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며 "넥쏘의 생산 원가가 미라이 대비 300만원 이상 높다는 얘긴데, 원가 절감을 위한 연구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일본보다 중국 업체들을 더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대, 수소충전소 1000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수소전기차 점유율은 34.7%로, 상용차를 앞세운 중국업체들(37.1%)보다 2.4%p 뒤처졌다.
지난해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판매량(상용차 포함)은 5012대로, 전년 대비 55.9%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업체들의 수소전기차 판매량(5362대)은 2.4% 늘어났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계열사를 통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연계시킬 수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선 수소연료전지의 경쟁력이 지금보다 훨씬 개선돼야 하고, 상용차를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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