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장서 PHEV 생산 추진···50만대 생산체제 '청신호''장거리 특화' PHEV, 미국서 가파른 성장···전기차 대안부품업계 지원·국내시장 개척·전기차 배정 등 과제도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인천 부평공장에서 PHEV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 구축을 추진한다. 현재 한국GM의 부평1공장에선 트레일블레이저가 생산되고 있고, 부평2공장은 트랙스와 말리부 단종 이후 폐쇄된 상태다.
부평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 PHEV가 생산될 경우 연간 50만대 생산 목표에 바짝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GM의 핵심시장인 미국에서 PHEV의 판매량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판매된 PHEV 차량은 2만5741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1%나 급증했다. 같은기간 내연기관차(88만7135대)는 2.0% 줄었고, 전기차(7만9517대)도 9.0%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이브리드(HEV)는 51.4% 증가흔 9만970대를 기록했지만 PHEV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근 3개월 기준으로 봐도 PHEV의 판매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PHEV는 9만1392대로, 전년 동기 대비 77.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308만6901대)는 2.4%, HEV(18만6254대)는 70% 증가했다.
당초 GM은 2035년까지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북미지역에서 전기차 생산량을 연간 1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한국GM은 전기차를 배정받지 못해 미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PHEV의 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당분간 한국 철수설 등은 잠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서 PHEV는 보조금 미지급 등의 문제로 판매가 어렵지만 한국GM의 생산량 대부분은 북미시장에 수출되고 있다"며 "현재 잘 팔리는 HEV는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고, 2030년 이후를 바라본다면 PHEV가 전기차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조 연구위원은 한국GM이 결국 수출기지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조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델이라면 연구개발도 GMTCK(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차량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가 생산하는 PHEV는 전량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국내에선 전기차와 달리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고, 친환경차 수요가 HEV와 전기차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PHEV는 전기차 대비 최대주행거리가 매우 짧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부각돼 왔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PHEV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전기차 대비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어서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합쳐진 PHEV는 전기를 충전하면 일정거리를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가 소진되더라도 엔진의 힘으로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PHEV들은 배터리 용량을 높여 최대주행거리를 늘리면서 수요를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의 H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2% 감소했지만 PHEV는 112.1%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스텔란티스는 미국에서만 1만대가 넘는 PHEV를 팔아치웠다.
다만 국내에선 부품업계가 PHEV 등 친환경차 생산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1.35ℓ 가솔린 터보엔진을 얹은 모델만 생산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의 미래차 산업전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출의 90% 이상을 내연기관차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부품사는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인 한국GM이 친환경차 공급망 구축을 위해 부품업계와 긴밀히 협업하고 기술 혁신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 안팎에선 한국GM이 국내 PHEV 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PHEV가 출시될 경우 현대차·기아 등 경쟁사들도 잇따라 신차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전기차 생산을 배정받아야 하는 것도 한국GM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한국GM은 올해 출시되는 캐딜락 리릭, 쉐보레 이쿼녹스EV 등 전기차 2종은 전량 수입 판매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GM은 수입 판매 비중을 확대하며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생산차종이 많지 않고, 전동화 시대에서 미래 지속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선 전기차 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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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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