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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인도서 제자리걸음한 기아, 임원 전원 물갈이

산업 자동차

인도서 제자리걸음한 기아, 임원 전원 물갈이

등록 2024.03.11 07:20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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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법인장부터 판매·구매실장까지 교체 급성장 인도서 판매 정체에 점유율 하락전문가 "저가 전략차종·전기차 더 나와야"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기아가 새해 들어 인도법인의 CEO, 판매실장, 구매실장 등 현지 임원들을 전부 교체했다. 업계 안팎에선 성장세가 가파른 인도시장에서 제자리걸음했던 게 임원들의 물갈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새롭게 인도법인을 이끌게 된 이광구 전무가 시장 점유율 10% 달성, 전동화 전환 등 굵직한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초 KMX(멕시코)법인장이었던 이광구 전무를 인도법인장으로 선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인도법인을 이끌었던 박태진 전무는 24년 간의 근무경력을 마치고 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광구 신임 인도법인장은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멕시코, 중남미 기아 본사, 독일 기아 유럽 본사 등 다양한 해외법인을 거치며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최근까지는 멕시코에서의 판매 확대는 물론 수출 허브로서 입지를 넓히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기아 인도법인의 판매실장과 구매실장도 나란히 교체됐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손명식 상무와 김계성 상무는 각각 인도권역 판매실장과 구매실장으로 임명됐다. 손 상무는 판매실장과 함께 기획실장도 겸직한다. 해외법인의 핵심임원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는 기아의 이번 인사가 인도법인의 판매 부진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아의 지난해 인도 판매량은 전년 대비 0.2% 증가한 25만5000대로, 판매 증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6만대에 그쳤다.

이는 인도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 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아쉬운 성적이다. 기아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자동차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412만3000대였다. 시장이 커질 때 제자리걸음한 기아의 점유율(6.2%)은 1년 만에 0.5%p나 감소했다.

기아와 달리 현대차는 인도시장에서 역대급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인도 판매량은 60만5000대로, 전년 대비 9.0%나 급증했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연간 60만대 판매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마루키스즈키에 이은 시장 점유율 2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의 해외공장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76만대)을 생산해낸 인도법인은 현지에서 연내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설비 확대와 GM 탈레가온 공장 인수 등을 포함한 현대차의 인도 생산능력은 최대 100만대에 달하게 될 전망이다.

인도서 제자리걸음한 기아, 임원 전원 물갈이 기사의 사진

글로벌 3위 인도 車시장 급성장···기아 점유율은 하락


전체 인구가 인도 14억4000만 명에 달하는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의 승용차 시장은 2030년 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인도의 신차 판매는 5년간 18.5%(2022년 기준)나 급증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특히 인도는 중국에서 고전 중인 기아에게 '기회의 땅'이다. 기아의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8만대로, 전년 대비 9.3%나 떨어졌다. 전동화 전환을 계기로 가격경쟁력과 상품성을 모두 현지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입지가 쪼그라든 상황이다.

앞서 기아는 '기아 2.0' 전략을 통해 인도 시장에서 6%대 점유율은 1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지 생산 차종을 확대하고 판매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상황에서 점유율은 되레 줄어든 상황이다.

기아의 인도 판매가 정체됐던 이유로는 현지 전략차종인 '쏘넷'의 노후화가 첫손에 꼽힌다. 소형SUV 쏘넷은 지난 2020년 출시 후 인도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지만 4년이 지난 현재는 판매량이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말 공개된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올해 초 출시됐지만 풀체인지(완전변경)가 아닌 상품성 개선에 가깝다.

이광구 기아 인도법인장은 셀토스 페이스리프트와 쏘넷 페이스리프트를 앞세워 외형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자인과 첨단 신사양을 바탕으로 인도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게 기아의 복안이다.

기아 셀토스가 인도 시내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기아 제공기아 셀토스가 인도 시내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기아 제공

신흥시장 인도서 '프리미엄' 표방···"엔트리 차종 강화가 먼저"



하지만 이 법인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기존에 내세웠던 '프리미엄' 전략을 손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시장은 여전히 저렴한 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신흥시장인 만큼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춘 다양한 가성비 모델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인도는 아직까지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지 않다"며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과 시장 특성에 맞는 전략 신차들이 나와야 하고, 소형차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아는 인도시장에서 ▲환경친화 브랜드 ▲디자인 1등 브랜드 ▲첨단기술 브랜드 등 3대 방향성을 선정하고 브랜드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환경친화 브랜드가 되기 위한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의 1%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기아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0.3%에 그쳤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4%p 떨어진 수치다.

앞서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에는 인도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가 필수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기아가 인도에서 판매하는 차종은 쏘넷, 셀토스, 카렌스, EV6 등 4종이다. 전기차로는 EV6가 있지만 높은 가격 탓에 주력 판매모델로 삼긴 어렵다. 기아가 인도에서 판매하는 EV6 GT라인의 가격은 609만5000루피로, 원화로 환산하면 97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대중브랜드인 기아는 인도시장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차종보다 가격이 저렴한 엔트리 모델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전기차의 경우도 현지 시장의 니즈를 충족하는 저가형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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