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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KT 갑질인가, 건설사 을질인가"···'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딜레마

부동산 건설사

"KT 갑질인가, 건설사 을질인가"···'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딜레마

등록 2024.03.28 17:48

주현철

  기자

건설사 "공사비 증액 불가피" vs KT "지급 의무 없어"건설분쟁조정위 조정 강제성 없어···법적공방 가능성도정부 중재안 강제성 없어 사실상 협상이 유일한 해결책

쌍용건설과 하도급사가 판교 KT 신사옥 앞에서 공사비 갈등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제공쌍용건설과 하도급사가 판교 KT 신사옥 앞에서 공사비 갈등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쌍용건설 제공

KT가 발주한 주요 건설 현장에서 공사비 문제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KT가 계약 후 물가가 올라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근거로 증액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 현대건설, 쌍용건설, 한신공영 등 국내 건설사들이 발주처인 KT와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롯데건설은 서울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발주처인 KT와 갈등을 빚고 있다. KT가 공사비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롯데건설이 요구한 증액분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게 롯데건설 입장이다.

KT는 롯데건설 외에도 같은 문제로 다수의 건설사들과 대립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해서, 한신공영은 부산초량오피스텔 개발사업과 관련해서 공사의 발주처인 KT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KT는 이러한 요구들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KT 판교 신사옥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쌍용건설과 갈등을 빚고 있다. 2020년 KT 판교 신사옥 계약 체결 당시 공사비는 967억원 규모였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쌍용건설은 초과 투입한 171억원에 대한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 측은 수차례 공문을 보내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신사옥 현장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계약 당시보다 현저하게 증가했으니 이를 KT 측에서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KT는 계약서대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을 체결했으니 지급의무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원재료 인상 등 물가 변동 사항이 생기는 경우 인상분을 반영해 조정해주는 제도를 배제하기로 하는 규정을 말한다. 해당 특약으로 인해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상분을 받지 못해 곤혹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는 공사 기간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예외적 상황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했으니 특약과 별개로 공사비 지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KT는 특약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공사비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T는 법률검토를 통해 해당 도급계약서 상 법적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물가 상승을 인정하지 않는 계약 관행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공사비 증액 조정에 나서야 공사 중단이나 지연 등 파국을 막을 수 있다"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식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두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권해석인만큼 강제성은 없다. 게다가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명백히 시공사와 발주처가 합의하에 계약서에 기재한 사안인만큼 발주처가 물가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증액해야 할 법적 의무 역시 없다.

일각에서는 물가 인상분을 반영해주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레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금리가 오르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사실 금리나 원자재 가격이 내린다고 건설사가 공사비를 감액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부 건설사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건설 분쟁조정위원회에 사안을 회부한 상태다. 건설분쟁 조정위원회는 피신청인의 답변서와 신청인의 반론서를 검토해 양사간 합의 자리를 마련한다. 이후 합의가 결렬될 때에 조정 회의를 통해 조정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친다.

조정안 도출까지는 통상적으로 3~4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정안에는 법적 효력이 없어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받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KT와의 협상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시공사와 상생협력할 수 있도록 협의에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KT는 시공사와 원만한 타결을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상생협력이 가능한 해결책을 찾고자 성실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기업 대 기업 간 협의중인 이슈라 구체적인 사안은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정에 실패할 경우 건설사들은 소송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건설사와 KT 간 법정다툼이 일어날 경우 공사비 지급 판단의 핵심은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했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5항은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항 1호에 따라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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