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회사 주식 연계 성과급 제도 도입 '최장 10년 후' 일정 조건 충족 시 보상 실현 장기성과 중심 문화로 회사·직원·주주 '윈윈'
특히 산업계 전반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지금 한화의 보상 시스템은 인재 영입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2020년 ㈜한화 대표·경영진을 대상으로 RSU 제도를 도입·시행한 이래 적용 범위를 차츰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계열사에 걸쳐 수백명의 임직원이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RSU는 성과 보상을 장기간 이연해 주가연계현금이나 주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직원마다 성과급 액수만큼 주식수를 설정하고 일정 기간 후 주식 또는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단기성과에 연연하게 만드는 기존 틀을 탈피하고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발전에 전념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한화도 그 지점에 주목해 RSU를 들여오기에 이르렀다. 경영진이 인재육성·연구개발 등 중장기적 효과가 나타나는 투자는 줄이고, 거액의 성과급을 받고자 단기 실적 위주의 투자에 집중함으로써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안긴다는 대목이다.
일례로 건설업계에선 과거 중동 플랜트의 저가 수주에 매달렸다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조선업계 역시 해양 플랜트와 선박 일감을 무분별하게 따냈다가 관리대상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따라서 단기 성과급의 폐해를 극복하고 임직원의 시야를 넓혀 장기적 발전 토대를 다지는 게 회사·주주 모두의 가치를 올리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당시 한화 측 판단이었다.
여기에 한화는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중후장대 사업의 구조를 반영해 RSU 제도를 보완했다. 현금 성과급 대신 회사 주식과 주식가치연계현금으로 지급받을 권리를 부여하면서도 최장 10년 후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보상을 실현하도록 하는 식이다. 부여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에 대한 성과를 보상하는 대신, 그 기간 누적된 성과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고안했다. 현금 성과급 없이 이뤄지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단, RSU를 받은 직원은 향후 주가 등락에 따른 이익과 손실 위험 부담을 감내해야 하고, 책임 발생 등 취소 사유가 생기면 보상 받을 권리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다. 대주주에게도 예외는 없다. 다른 임원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재계에선 RSU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직원에게 회사와 동행한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인력 유출을 막고, 주가 부양 효과를 바탕으로 소액주주와도 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한화 관계자는 "회사 주식의 장래 가치에 따라 최종 지급받는 보상액이 달라지므로 임직원이 장기적 발전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면서 "현금 성과급과 병행해 무상 지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화의 RSU는 현금 성과급 대신 지급되는 것이므로 유상 계약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RSU가 경영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놓고는 "대주주에게만 RSU를 지급하지 않고 단기 성과에 따른 현금 보상을 한다면 이는 엄연한 특혜이고 임직원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RSU 제도를 그룹 전반으로 확대할 명분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승계 목적이라면 전 계열사에서 전액 현금으로 보상받아 승계와 관련된 한화그룹 최상단 지배회사인 ㈜한화 주식을 매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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