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하 연기·국내 경제 급성장 등 환경 변화 영향"귀국 즉시 금통위 논의···5월 통방 때 자세히 말할 것"장기 성장률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 필요성 재차 강조
'제 57회 ADB 연차총회'에 참여하기 위해 조지아 트빌리시를 방문한 이 총재는 3일(현지시간) 오후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시점은)답을 얻고 싶지만 현재 검토 중으로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며 "한국에 도착해 금통위원들과 논의한 뒤 5월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로 자세히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한국 금리 인하 시점 등 통화정책을 재점검 해야 한다고 한 이유는 급격한 대외 상황 변화에 있다. 우선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묘연해진 상황을 조명했다. 그는 "4월 통화정책뱡향회의 때만 해도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줬다고 판단하고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제로 정책을 수립했다"며 "하지만 그 사이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물가 수준을 볼 때 (금리 인하가)뒤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국내 경제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가운데 한국은행이 예상치 못한 부문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생각보다 1분기 우리 경제지표가 특히 성장률이 굉장히 높게 나왔다"며 "수출은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내수가 강건하게 나와 정도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1분기 GDP(국내총생산)이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동 기간 민간 소비도 재화(의류 등) 및 서비스(음식·숙박 등)가 모두 늘어 0.8% 성장했다. 이에 한국은행이 관련 분석에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이 같은 '깜짝 성장'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4월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중동사태가 악화하면서 유가가 오르는 등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다. 이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 변동성 확대와 미국 지표 변화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 같은 변화들은 통화정책에 주는 함의가 크기 때문에 검토를 마친 후 (금리 인하 등 정책 변화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3월 산업생산 수치와 한국은행 GDP 성장률 간 차이가 큰 데 대해서는 "산업생산지수와 GDP 추계는 하나는 부가가치고 하나는 전체 생산에 대한 지표이기 때문에 과거 자료를 보더라도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은 때도 많았다"며 "다만 내수가 생각보다 좋게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할 것"이라고 답했다.
3월 산업생산 수치 발표 이후 GDP 잠정치는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예상보다 크게 차이가 났기에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검토 중이고 그야말로 겸허한(humble) 마음으로 살펴야 할 것"이라며 "테크니컬하게 GDP 성장률 상향을 기계적으로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OECD 수정 전망치만큼 갈 것인가 등은 앞으로 자료를 보고 조정해야 하지만 상향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에는 "(현재 상황을)긴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4월 근원 인플레가 2.3%로 낮아진 가운데 코어는 예상처럼 내려가고 있다"며 "코어가 낮아진 것을 보면 우리 금리 수준이 수요를 줄여가는 상황이기에 '긴축적'으로 보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늘어난 부채를 질서 있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고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이 총재는 "고금리 기조에 따른 고통은 사실이지만 은행 자본력이 건전해 도움을 줄 수 있고 사태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물론 쉽지 않겠지만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가져가서 고통을 해결하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구조개혁'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을 미룬 채 재정·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우리나라 고령화 때문에 성장률 낮아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며 "구조조정이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킬 수 없더라도 이를 통해 2% 이상 잠재성장률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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