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프 2차전 '맞대결'···체코 수주 의지↑韓, 수주 성공 시 유럽국 수출 확대 기회"승기 잡으려면, 정부의 금융 대책 필요"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 회장은 지난 13일 체코 프라하를 직접 방문하며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행사에서 박 회장은 입찰 참여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수소·가스터빈 등 무탄소 발전기술을 두산스코다파워에 제공함으로써 한국과 체코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체코 원전 수주를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3월 체코를 직접 찾아 수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한 직후 국내 업계에 긴장감이 맴돌았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원전 수주 지원 사격을 위해 체코를 방문했다. 당시 안 장관은 체코 고위 인사들에게 한국 원전산업의 경쟁력을 알리고, 공사 기간과 예산을 준수하는 '온 타임 위드인 버짓' 능력을 전한 바 있다.
현재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200MW 이하 원전 총 4대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1기 건설을 계획했었으나, 최근 4기로 확장하며 사업 규모도 8조원에서 30조원으로 대폭 늘렸다.
한국은 한수원을 비롯한 산업부, 한전, 두산에너빌리티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를 결성해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한 최종 입찰서를 제출한 상태다. 앞서 미국 웨스팅 하우스도 원전 수주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입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되면서 한국-프랑스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특히 한국이 이번 수주에 성공하면 지난 2009년 아랍에메리트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해외 원전 사업을 진행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한국이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 향후 유럽국 전반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수주 성공의 관건은 구체적인 '금융 대책'이다. 현재 한국은 가격과 기술력 측면에서 프랑스보다 우위에 있지만, 건설 비용 등을 투자·지원할 정부의 구체적 금융 대책이 미비하다는 평가다. 이에 시공 비용 등 체코의 부담을 낮출 만큼의 매력적인 금융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수주전 승자를 가름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는 분위기다.
이덕환 서강대 원자력화학과 교수는 "체코 입장에서 한국의 건설 시공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라며 "이를 극복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한수원과 정부가 협력해 적절한 금융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소송건 해결도 하나의 과제로 남아있다. 2022년 10월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개발한 APR1400 노형에 대해 자사 기술이 이용됐다면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을 수출하려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라 미국 법무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독자 개발 노형이 아니기 때문에 수출 통제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한-미 간 기술 분쟁은 이번 체코 원전 수주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당장 오는 7월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국 간 갈등도 완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교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 탄소중립 영향으로 국내에서 원전 사업 가치가 낮게 평가됐는데, 최근 원전 가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면서 "특히 이번 체코 원전 수주는 한국 에너지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한수원 등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실효성 있는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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