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불교미술 조명···'이건희 컬렉션'도 한자리에이병철 창업회장, "문화재 모으는 건 민족 자긍심 높여"선대회장 작품 기부한 이재용···"국민과 뜻 함께 나눴으면"
4일 미디어에 공개된 호암미술관의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다. 이곳에는 국내에선 일반인에 최초로 공개된 백제의 미소 '금동 관음보살 입상'부터 고려 시대 국보급 작품 '나전 국당초문 경함' 등 개인 소장품 및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영국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전 세계에 흩어진 불교미술 걸작품 92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또 '이건희 컬렉션'으로도 유명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소장품이었던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함께 전시됐다. 선대회장의 기증품이 고 이병철 창업회장이 만든 미술관에 다시 돌아와 세계적인 작품들과 나란히 '세계 최초의 기획'에 전시된 셈이다.
'연꽃처럼' 기획전은 지난 3월 27일 개막 후 지난달 말까지 하루 평균 관람객 수가 1000명이 넘었다. 총 관람객은 6만명에 달했다. 이데 세이노스케 일본 규슈대 교수는 "귀중한 작품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재회해 한 자리에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었다"며 "연구자들의 염원을 이뤄준 전시회"라고 평가했다.
호암미술관의 역사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의지에서 시작됐다. 이 창업회장은 1982년 개관식 당시 "그동안 따뜻한 애정을 갖고 문화재를 모으는 데 정성을 기울인 것은 그것이 민족문화의 유산을 지키고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일조가 되리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호암미술관 소개를 맡은 조지윤 실장은 "이병철 창업회장은 한국인에게 팔지 않겠다는 국보 아미타삼존도와 보물 지장보살도를 위해 미국 법인 직원을 일본에 보내 구매하게 한 이후 이를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등 고미술품 수집에 대한 사명감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선친의 문화예술 발전 철학을 계승한 고 이건희 선대회장은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을 통해 한국 미술계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문화시설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시민들이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로 리움미술관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문화예술 사랑은 3대(代)에도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들이 이 선대회장이 평생을 모은 개인 소장품 중 2만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한 것이다. 유족들은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는 고인의 뜻을 기려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했다.
2021년 기증된 작품으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이다. 당시 지정문화재 등이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된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한편 이번 연꽃처럼 기획전은 오는 16일까지 호암미술관에서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예약해 관람할 수 있다. 25세 이상 성인 기준 관람료는 1만4000원이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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