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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쓴맛 본 '제주소주'···신세계L&B와 결별

유통·바이오 식음료

쓴맛 본 '제주소주'···신세계L&B와 결별

등록 2024.07.01 17:54

수정 2024.07.01 19:12

김제영

  기자

제주소주 물적분할···전문성 제고·비효율 정리 목적'정용진 소주' 사업 중단 이후 재무구조 악화 지속매각설 제기···위스키 신사업 중단에 활용도 낮아

쓴맛 본 '제주소주'···신세계L&B와 결별 기사의 사진

신세계L&B가 제주소주와 합병한 지 3년 만에 결별한다. 제주소주는 신세계그룹이 주류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인수한 기업이다. 한때 '정용진 소주'로 불리는 푸른밤 소주를 내놓고, 현재 동남아 중심의 수출용 과일소주를 생산하며 소주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소주는 주류시장 경쟁에 밀려 국내 소주 사업을 철수하고 재무구조 악화가 지속되면서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일각에선 이번 물적 분할이 제주소주 매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제주소주를 물적 분할한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이번 분할로 신세계L&B가 제주소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제주소주가 보유한 주류 생산과 제조, 유통 및 판매를 위한 시설 관련 모든 사업은 분리된다.

신세계L&B는 이번 분할을 통해 사업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에 강화하며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분할 기일은 오는 8월 6일이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제주 지역 소주기업인 제주소주를 이마트가 지분 100%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인수해 소주 사업에 진출했다. 제주소주는 2017년 9월 '푸른밤' 소주를 변경해 내놓고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 유통채널과 제주도 유흥시장을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푸른밤은 초기 '정용진 소주'로 주목받았다. 푸른밤은 출시 4개월 만에 300만병을 판매하며 흥행하는 듯했으나 식당·주점 등 유흥 영업에서 밀려나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소주의 경우 유흥시장이 가정시장보다 비중이 큰 만큼 도매상 영업이 필수적인데, 주류전문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제주에선 경쟁사인 한라산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이마트는 제주소주에 6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67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으나 제주소주는 인수 이래로 매년 적자 폭을 키웠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원에서 2020년 106억원으로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23억원에서 192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결국 제주소주는 2021년 3월 사업을 철수하고, 같은 해 8월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당시 합병은 유사 사업 부분의 통합으로 효율적인 사업관리를 하겠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L&B는 와인·맥주 등을 수입 판매하는 주류 유통도매업에 주력하는데, 특히 와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와인 수입사다. 합병 당시인 2021년 코로나 이후 주류 시장의 트렌드 변화로 와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세계L&B의 실적도 덩달아 성장했다.

다만 신세계L&B의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제주소주와의 결별 역시 실적 악화로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로 개편하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세계L&B는 지난 2021년 매출 2000억원과 영업이익 212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수익을 올렸으나 이듬해인 2022년 매출은 소폭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7억원, 당기순손실은 53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는 코로나 와인 특수가 꺼지고 고물가로 소비가 위축돼 실적에 타격을 입은 걸로 분석된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L&B의 실적 개선을 위해 새 수장에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겸직 인사를 냈다. 송 대표는 신세계푸드에서 외식 브랜드인 '노브랜드버거' 가맹점 확대로 수익성을 키우고, 대안육·대안식 등 신사업을 이끄는 등의 성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송 대표는 신세계L&B 겸임 이후 기존 주력사업인 '와인앤모어' 브랜드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비주력 사업인 발포주 브랜드 '레츠' 생산을 중단하고, 위스키 제조 관련 신사업을 철수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L&B의 제주사업소는 현재 가동 중이다. 신세계L&B는 국내 소주 사업을 철수한 지 약 1년 뒤인 2022년부터 수출용 과일소주 생산을 하고 있다. 동남아 주류 유통기업과 협업해 제조자개발생산(ODM) 계약 방식으로, 생산 제품은 ▲베트남 순수소주·힘소주 ▲미국 고래소주 ▲미얀마 친구소주 ▲싱가포르 추가소주 ▲태국 우정소주 등이 있다.

신세계L&B는 지난해 9월 웹툰작가 겸 방송인 '기안84'와 협업한 한정판 '킹소주24'를 내놓으며 관련 시장에 꾸준히 발을 들였다. 업계에선 신세계L&B가 국내외로 소주 생산을 지속하는 행보에 제2의 정용진 소주를 생산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물적 분할로 제주소주의 재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는 분위기다. 제주소주는 신세계L&B의 위스키 제조 신사업에 사용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관련 사업이 중단되면서 존재의 이유가 사라졌다는 분석에서다. 기존의 소주사업 역시 수익보단 현상 유지를 위해 영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주소주의 매각 가능성은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20년 제주소주의 재무구조가 악화하자 물밑에서 매각을 타진했던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선 기존 제주소주의 구조상 마땅한 인수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을 걸로 판단했다.

신세계L&B는 공시를 통해 "제주소주는 핵심사업에 집중투자하고, 신세계L&B는 제주소주의 외부 투자유치와 지분 매각, 전략적 사업 제휴, 기술 협력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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