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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 연이은 위탁생산 진출···글로벌 수주 나선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 연이은 위탁생산 진출···글로벌 수주 나선다

등록 2024.07.04 15:55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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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연매출 4조 코앞롯데·SK·CJ·대웅, 위탁생산 사업 진출생물보안법, 국내 기업 수혜 예상돼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사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위탁생산(CMO) 사업에 연달아 뛰어들고 있다. 미국 생물보안법 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CDMO·CMO 사업에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CDMO·CMO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일 역대 최대인 1조4600억원 규모 CDMO 수주 계약을 맺으며 올해 누적 수주액 2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3조5009억원)의 71.41%를 반년 만에 달성하며 연 매출 4조원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고객사와 제품명은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계약은 지난해 6월 3일 미국 소재 제약사와 체결한 1억1000만달러 규모의 의향서 체결에 따른 본계약"이라면서 "파트너사는 당초 1억달러 수준의 수주를 고려했으나 CMO 역량, 캐파, 동향을 고려해 수주 금액을 상향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6945억원이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9469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을 전년 대비 23.7% 증가한 1조711억원, 영업이익은 23.9% 늘어난 314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각각 8.7%, 7.2% 상회하는 수준이다.

회사는 증가하는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18만리터(ℓ) 규모의 5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5공장이 완성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총 생산능력은 78만4000ℓ에 달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롯데그룹은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 바이오 캠퍼스 건설에 4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연면적 20만2285.2㎡(6만1191평) 규모 캠퍼스 부지에 3개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각 공장의 생산 역량은 12만ℓ로, 전체 가동 시 생산 역량은 총 40만ℓ(송도 36만, 미국 시러큐스 4만)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2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착공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착공은 롯데바이오가 글로벌 시장 내 K-바이오의 새로운 기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작점"이라며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함으로써 글로벌 탑10 CDMO 기업으로 입지를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2년 미국 BMS의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CDMO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신약 개발 기술인 항체약물접합체(ADC) 의약품 생산 역량을 늘리기 위한 설비 투자가 진행 중으로, 2025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27일 백신 위탁생산 글로벌 톱10 수준의 독일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Biologika) 지분 60%를 인수했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독일과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10개 이상의 의약품 규제기관에서 인정받은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수를 기반으로 항암 바이러스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규 바이오 영역으로 진출이 가능해졌다.

SK그룹은 지난 2020년 CMO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인 SK팜테코를 미국에 설립했는데, 지난해 9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기업 CBM(The Center for Breakthrough Medicines)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SK는 미국, 유럽 등 현지에 생산기지를 직접 구축해 CMO 사업을 전개하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SK팜테코를 글로벌 CDMO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대웅바이오는 지난 3일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cGMP) 수준의 바이오 공장을 구축하고 미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 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존 원료의약품(API) 전문 제조에서 바이오의약품 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대웅바이오는 cGMP 수준의 바이오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3월 착공한 대웅바이오 바이오공장은 오는 8월 준공 완료 후 2027년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의 대단위 GMP 승인과 202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공장 설립 완료와 함께 현재 대웅제약과 관계사가 생산하고 있는 바이오의약품을 이전하는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CMO를 넘어 CDMO 사업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호진 대웅바이오 바이오공장 센터장은 "대웅바이오는 기존 원료의약품 전문 제조 회사에서 바이오의약품 제약 회사로 확대 성장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미생물 기반 유전자재조합의약품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CMO 시장에 진출해 2030년까지 매출 1조 원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종근당 등 전통제약사 역시 자회사나 자체 공장을 통해 CDMO·CMO 사업을 영위하고 있거나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CDMO 사업은 다른 바이오 사업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약바이오 산업에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중소 기업이 외국 CDMO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위탁생산 분야에 먼저 진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CJ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CJ는 지난 2021년 10월 약 983억원을 들여 CJ바이오사이언스의 전신인 천랩을 인수했고, 바로 다음 달 항체의약품 CDMO 기업인 네덜란드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Batavia Bioscience)를 1억9531만유로(약 2677억원)에 인수했다.

다만 아직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연구개발비를 늘리는 등 사업 초기 투자 단계이기에 현재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태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지난해 바타비아는 12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 역시 2021년 101억원, 2022년 332억원, 2023년 3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CDMO·CMO 기업은 빠르면 하반기부터 미국 생물보안법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보안법은 국회가 지정한 우려 중국 바이오 기업과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으로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우시앱택, MGI 등이 제재 대상으로 명시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기업이 거래처를 옮기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이희영 대신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생물보안법 통과 가능성은 유효하며, 법안이 통과될 시 탄탄한 트랙 레코드와 빅파마 네트워크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반사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생물보안법 시행 시 cGMP 급 역량을 보유한 중소형 CDMO 가 직접적인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며 "글로벌 중소형 CDMO로 채워지지 않는 수요는 국내기업으로 충족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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