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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도강·금관구 재건축 촉진할 쉽고 빠른 길

오피니언 기자수첩

노도강·금관구 재건축 촉진할 쉽고 빠른 길

등록 2024.07.11 16:47

수정 2024.07.12 00:50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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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나라고 낡은 집에 살고 싶겠는가? 재건축하면 억대 분담금이 나온다고들 하니, 자식 손 벌리기도 싫고 나 죽거들랑 하란소리지"

도봉구 창동에서 만난 백발 노인의 말이다. 노인을 만난 곳은 녹물이 나오고 지하 주차장이 없어 보행기 끄는 노인과 마주 오는 차량이 뒤엉켜 위험천만한 모습이 연출되는 낡은 아파트. 옥상도 방수필름이 모두 까져 물까지 센다.

생활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만, 노인은 단지에서 추진한다는 재건축 관련 동의서를 선뜻 내지 못하고 있다. 노인이 생활의 고통을 감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건축을 했을 때 따를 '분담금 걱정'이다.

서울시가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역별 특성을 살린 개발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높이제한을 해제하고 용적률 규제도 풀고 있다. 오는 9월에는 공시지가에 따라 임대비율을 줄여주는 '보정계수'도 도입될 전망이다.

이러한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구로‧관악) 등 서울 외곽 지역들은 정비사업에 좀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하기 위한 첫 걸음인 안전진단이나 정비구역지정 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아서다.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거의 같다. '분담금 걱정'이다.

택지지구로 개발된 노원구 상계‧중계‧하계지구와 도봉구 창동지구, 구로구 주공아파트의 용적률은 180%가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다른 곳이라면 사업성이 충분한 용적률이다. 여기에 정부와 서울시의 잇단 정책까지 더해 사업성이 개선됐을 법도 한데, 이들 지역은 여전히 분담금 걱정을 하고 있다.

이들 지역이 유독 분담금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이 지역이 기존 용적률에 비해 분담금이 많은 탓이 크다. 노도강과 금관구 일대는 서울 내에서도 집값이 싼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일반분양을 해도 그 수익이 강남권이나 도심 근처 자치구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치명적인 원인은 노도강 지역 아파트 상당수가 10평대가 주력 평형이라는 데 있다. 기존에 보유한 아파트가 10평대의 소형 주택인데다 대부분 단지가 12~15층의 중‧고층으로 이뤄진 탓에 평형을 넓혀 재건축할 경우 일반분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분양이 적다보니 결국 운영비와 공사비 등 대부분의 사업비를 조합원의 분담금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것.

5억원대의 추정분담금이 발생해 임원진과 시공사를 해임한 상계주공5단지가 대표적 사례다. 상계주공5단지는 기존 평형이 11평(전용 31㎡)을 36평(전용 84㎡)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 때문에 일반분양이 거의 없는 단지로 조성된다. 늘어나는 주택은 모두 임대주택인 탓에 한 채를 지을 때마다 적자가 불가피하다.

노도강 지역에 처음 아파트가 들어설 당시부터 거주한 원주민들 상당수는 서울 도심 개발로 밀려난 서민층이었다. 10평대 아파트는 이들에게 5년에서 10년을 거주한 뒤 분양할 권리를 주는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으로 공급됐다. 세월이 흘러 주택 상당수가 손바꿈 됐지만, 10평대 아파트인 탓에 투기세력은 드물다. 원주민 상당수는 소득이 많지 않은 은퇴 노인이다.

노도강과 금관구 지역 단지들의 재건축을 촉진하려면 결국 서민층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임대주택 공급의무와 공공기여를 추가로 경감시켜주는 방안이 검토할 만하다. 평균 평형과 용적률을 고려해 임대비율을 줄여주는 것이다. 9월에 도입하는 보정계수에 가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재건축 후 아파트 평형을 일정 크기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을 달면 무분별한 투기도 방지할 수 있다. 10평대 원‧투룸 아파트를 21평(전용 49㎡)이나 25평(전용 59㎡)로만 넓혀도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정비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주거환경 개선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는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 지금 노도강 주민들에게 "분담금을 내더라도 이득"이란 말은 너무도 멀리 있는 말이다. 부담을 줄여주고 지역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비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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