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복잡한 지배구조 재편 작업 눈길계열사별 '실적'과 '주가' 등 고려한 판단"지배력 강화, 재무구조 개선 효과 명확"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에너빌리티와 밥캣, 로보틱스 등 3사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어 분할·합병과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결정했다. 궁극적으로는 사업 시너지를 높이고자 로보틱스와 밥캣을 한 곳으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 중 외부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경영권 지분만 주고받는 통상적 기업 합병 프로세스와 달리 이 사례는 절차가 상당히 번거롭다는 점이다.
두산의 지배구조 대수술은 에너빌리티가 사업 회사와 신설 투자회사(밥캣 지분 46.06% 보유)로 인적분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후 로보틱스는 신설회사로부터 지분을 모두 이전 받고 그 대신 자신들의 주식을 새로 발행해 비율(1대 0.0315651)대로 에너빌리티 주주에게 나눠준다. 또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공개매수해 밥캣을 100%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두산이 여러 단계에 걸친 시나리오를 설계한 것은 각 기업의 다른 상황으로 인해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거래를 완주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 요인은 실적이다. 한 쪽은 캐시카우로서 그룹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다른 쪽은 여전히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가능성만을 제시하는 상태여서다. 지난해에도 두산밥캣은 1조389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실상 그룹 영업익(1조4363억원)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도 3600억원에 불과해 총 5조6000억원을 웃도는 밥캣 지분을 모두 사들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정반대다. 로봇 사업의 성장 기대감에 힘입어 로보틱스의 주가가 밥캣을 앞서고 있다. 이날(12일)도 로보틱스는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타고 전 거래일보다 23.92% 상승한 주당 10만5700원에 장을 마쳤다. 밥캣의 주가는 5% 오른 5만4600원이었다.
결국 그룹 차원에서도 두 회사의 장점을 살린 최적의 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두산은 과거 두산중공업에 속한 엔진(2018년), 인프라코어(2021년)를 매각할 때도 사전에 이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하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이번 합병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효과는 명확하다. 먼저 로보틱스는 밥캣을 자회사로 둠으로써 북미·유럽에 걸친 네트워크와 자금력, 경영인프라 등을 활용 가능하다. 생산시설 자동화 흐름과 맞물려 협동로봇 제품을 늘리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아울러 밥캣은 로보틱스의 기술을 접목해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화할 수 있다. 그룹 차원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지배력이 공고해지는 것은 물론,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는 밥캣의 1조원대 연간 이익이 고스란히 연결 실적에 반영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모션 제어 기술 개발, 비전 인식 기술 강화, 고성능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양사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R&D(연구개발) 과제를 공동 수행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재편 작업이 다소 복잡하게 설계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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