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역대급 호황을 앞둔 상황에서 파업리스크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매년 반복됐던 노사 갈등이 올해 수위가 더 높아진 상태로 찾아온 것이다.
HD현대 조선계열사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파업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날(19일) 노조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 노동쟁의 조정 신청은 통상 노조가 파업으로 가는 수순으로 해석한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만원 인상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정년 연장 ▲승진 거부권 등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으나, 회사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자, 노조는 노동쟁의 조정 신청과 더불어 이달 22~24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가지기로 했다.
이들 노사는 특히 '타임오프제'를 놓고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 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하고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현행법상 유급 노조 전임자 수는 11명이지만 HD현대중공업의 유급 노조 전임자는 40명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타임오프제 근로감독에서 40명 노조 전임자를 둔 것이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은 바 있다. 회사는 나머지 전임자들의 급여를 노조에서 부담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노조는 반발하며 29명에 대한 임금을 관행대로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화오션 노사도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지급 방식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약속했던 RSU 300% 지급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무조건 지급이 아닌 목표 달성 시 기준 임금의 300%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견차를 보이는 중이다.
풀리지 않은 갈등에 지난 15일 한화오션 노조는 거제사업장에서 7시간 동안 경고성 파업을 했다. 같은 날 노조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김승연 회장 자택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창립 50년 만에 현장직 노조가 출범했다. 노조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노조가 처음 생긴 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조선업계는 10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이함에 따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인력난이 심각한 탓에 노 저을 사람이 부족할뿐더러, 파업리스크까지 터지면 선박 인도가 지연되는 등 경쟁력이 악화될 우려가 높아진다.
또 조선업은 전형적으로 '사람' 중심으로 움직이는 산업이다. 그만큼 경쟁력 유지에 있어서 노사 간 협력·상생은 핵심 요소로 꼽힌다. 조선업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나, 중국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만큼 더욱 똘똘 뭉쳐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때다. 노사가 지혜롭게 머리를 맞대고, 발전적인 논의를 이어가면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주길 기대해본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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