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이사장은 2008년 SK텔레콤에서 엔씨로 자리를 옮긴 이래, 회사의 굵직한 업무를 맡아왔다. 재단 이사장 외에도 최고전략책임자(CSO), 엔씨웨스트 대표직을 겸직했다. 김 전 수석부사장은 2009년 회사에 합류해 아시아 지역(엔씨 재팬, 타이완 등) 사업을 총괄해 왔으며, 지난해부턴 북미·유럽 법인장도 겸직했다.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도 맡았다.
올해 1월 회사가 대규모 조직 개편을 하면서 윤 이사장과 김 전 수석부사장은 각각 C레벨 직책을 내려놨으며, 이번 해외 자회사 개편으로 두 사람은 남은 사업에서도 모두 손 뗐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 이면엔 김 대표의 대승적 결단이 있었다고 입 모은다. 현재 엔씨는 리니지 지식재산권(IP) 외 '캐시카우' 부재로 오랜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절실하다. 두 사람이 해당 지역 사업을 맡은 기간 악실적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던 참이었다.
엔씨는 이들을 떠나보낸 자리에 업계 잔뼈 굵은 인사를 영입했다. 윤 이사장이 맡았던 엔씨웨스트 대표직은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가 겸직하고 ▲엔씨 아메리카 대표엔 진정희 전 펄어비스 아메리카 대표 ▲엔씨 재팬과 엔씨 타이완 대표엔 임원기 최고사업관리책임자(CBMO‧전무)가 맡았다.
인사 개편 시점도 하반기 예정된 신작 공개에 맞춘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엔씨는 오는 28일 스위칭 역할수행게임(RPG) '호연'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총 10개 신작을 공개할 계획이다.
엔씨 조직 쇄신은 김 대표 본인으로부터 시작됐다. 앞서 지난 3월 김 대표는 자신 중심의 경영 방침을 깨고 박병무 대표와 함께 공동 대표 체제를 꾸렸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 환경에 대응하려면, 이를 잘하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엔씨는 김 대표 아래 게임 개발 및 사업에 박 대표 아래 경영 시스템과 내실에 집중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실제로 박 대표는 자리에 오르자마자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섰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방대해진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전체 5000명에 달하는 직원 수를 연내 4000명대 중반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다. 지난 6월 30일 기준 엔씨의 직원수는 총 4886명이다.
최근에는 창사 이래 첫 물적 분할도 단행했다. 신설 회사는 엔씨큐에이(QA)·엔씨아이디에스(IDS) 등 2개의 비상장법인으로 오는 10월 1일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사에서 약 360명 가량 인원이 이곳으로 이동한다. 개편 작업이 완료되면 조직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광범위한 변화를 거치게 된다. 이런 대대적인 변화에 업계 안팎에선 기대감의 목소리가 크다. 회사 미래를 위해 가족에도 칼을 뺀 김 대표의 결단을 응원한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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