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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면역증강제' 넣은 백신 대세···독감부터 면역항암제까지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면역증강제' 넣은 백신 대세···독감부터 면역항암제까지

등록 2024.09.30 16:03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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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증강제 독감 백신 '플루아드 쿼드', '에플루엘다테트라'와 경쟁차백신연구소·유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 면역항암제 연구 활발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면역증강제(아주번트)를 활용한 백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독감부터 대상포진, 면역항암제 등 활용 부문도 다양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독감 국가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다음 달부터 65세 이상 고령층 대상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대한감염학회는 65살 이상에겐 면역 증강제가 들어있는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고면역원성 백신이란 표준백신 대비 보다 높은 면역효과를 제공하는 백신으로, 면역증가제를 함유한 백신이나 항원 함유량을 증가시킨 '고용량 백신', '재조합 단백질' 백신 등이 있다. 일반 독감 백신보다 면역 반응을 높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독감 예방 효과가 감소한 고연령층에 주로 권장된다.

국내 출시된 고면역원성 백신으로는 CSL시퀴러스의 면역증강제 백신 '플루아드 쿼드'가 있다. 플루아드 쿼드는 지난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아 지난 2023·2024 시즌에 출시됐다.

플루아드 쿼드는 면역증강제 MF59®9를 첨가해 높은 면역 효과를 유도하는 백신이다. 독감 백신 플루아드를 기반으로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1종을 추가해 개발됐으며 면역증강제를 통한 면역 반응 크기와 폭, 기간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공급을 맡은 일성신약과 국내 병‧의원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공급했다면 올해는 빅5 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까지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플루아드 쿼드는 기존에 65세 고령자를 대상으로 출시된 유일한 고 면역원성 독감 백신이었으나 올해는 경쟁자가 나타났다.

사노피는 최근 고용량 백신 '에플루엘다테트라'를 출시했다. 에플루엘다테트라는 국내에서 지난해 11월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 A형과 B형 바이러스로 인한 독감 질환 예방으로 적응증을 획득했으며, 올해 독감 유행 시기를 앞두고 출시됐다. 표준용량 독감 백신 대비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하고 있으며, 국내 출시 고 면역원성 독감 백신 중 유일하게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 표준용량 불활화 독감 백신 대비 우월한 예방 효능을 확인했다.

다만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8~10만원 수준의 환자 부담금이 발생한다.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특정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형성하도록 돕는 생물학적 제제다.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바이러스, 세균 등)나 그 병원체의 일부분(항원)을 약화시키거나 불활성화해 인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를 지녔다. 백신을 접종하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이 병원체를 인식하고 기억하게 되며, 이후 실제 병원체가 몸에 침입할 경우 더 빠르게 대응해 감염을 막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도록 만든다.

문제는 백신 접종 후 생성되는 항체 반응이 개인의 면역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면역력이 약해진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백신의 효과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백신의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면역증강제(Adjuvant)'를 활용한 백신이다.

기존 백신은 항원(바이러스나 세균의 단백질 등)에 의해 면역체계를 자극해 항체를 생성하게 한다. 그러나 면역증강제가 포함된 백신은 단순히 항원에 의한 면역 반응에 의존하지 않고, 면역증강제가 면역세포를 더욱 활성화하도록 돕는다. 이에 따라 백신의 항원 농도가 낮더라도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면역증강제의 상용화는 1930년대 알루미늄 염(Alum)의 개발로 본격화됐다. 알루미늄 염은 당시 백신에 첨가돼 면역 반응을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를 보였고, 이후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염은 현재까지도 많은 백신에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면역증강제 중 하나로, 디프테리아, 간염, 파상풍 백신 등에 활용된다.

1997년엔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가 스쿠알렌 기반 면역증강제인 'MF-59'를 개발하면서 새로운 면역증강제의 시대가 열린다. MF-59는 인플루엔자 백신 등에 사용돼 면역 반응을 크게 증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서 백신의 예방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플루아드 쿼드 역시 이 물질을 사용한 제품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GSK의 'AS' 시리즈, 다이나백스의 'CpG', 노바백스의 'Matrix-M' 등이 개발되며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에도 활용되는 등 시장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에서도 면역증강제 관련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차백신연구소는 자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한 차세대 면역증강제 '엘-팜포 (L-pampo)'와 이를 리포좀 제형으로 바꾼 '리포팜'을 다양한 백신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엘-팜포는 TLR2와 TLR3 리간드(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 복합체로, 항원을 특정 면역세포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지난달에는 엘-팜포 기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CVI-CT-001'이 특정 암세포에서 TLR(Toll-like receptor, 톨유사수용체)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하고 암세포의 대사 및 활성산소 경로를 조절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다는 새로운 항암 기전을 확인한 연구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했다.

차백신연구소 염정선 대표는 "면역항암제가 암세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기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연구에서 'CVI-CT-001'이 암세포를 죽이는 과정이 AI를 활용해 밝혀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며 "앞으로도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후보 물질의 유효성과 기전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 전략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임상연구에서 CVI-CT-001을 면역관문억제제(ICI)와 병용투여한 동물모델은 60일 이상 생존했는데, 이는 면역관문억제제만 투여한 개체의 47일 생존보다 더 오래 항암효과를 유지한 결과다. 회사는 엘-팜포와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에 대해 글로벌 기술이전과 공동연구를 협의 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면역증강제 제조기술 'EuIMT(유임트)'를 활용한 대상포진 백신 'EuHZV' 국내 1상 임상시험 투여를 시작했다. EuHZV는 지난 4월 식약처에 1상 IND(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EuHZV는 유바이오로직스의 면역증강제 제조기술 'EuIMT(유임트)'와 미국 바이오 기업 팝바이오테크닉스의 항원 디스플레이기술 'SNAP(스냅)'을 활용해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5월 유임트를 활용한 자궁경부암(HPV) 백신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개발에 대해 보건복지부 산하 백신 실용화 기술개발 사업단의 감염병 예방·치료 기술 개발 사업에 선정됐다. 당시 HPV 백신, RSV 백신 개발에 대한 정부 과제 두 건이 선정돼 2년 9개월 동안 각각 사업비 19억2500만원, 총 38억5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로 했다.

유임트는 체내 면역시스템 활성화를 통해 면역반응을 높이는 기술이다. 지난 2017년 11월 한국과학기술원(KIST)에 TLR4 작용 면역증강제 EcML의 사용실시권을 기술이전 받았다. 그동안 자체 기술을 도입해 대량생산 규모에 이르기까지 제조기술을 개발해 플랫폼을 완성했고, 현재 코로나19, HPV, RSV, 대상포진 백신 등 다양한 백신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큐라티스는 자체 개발 면역증강제 'GLA-SE'를 활용한 결핵 백신 'QTP101'에 대해 지난 2022년 식약처에 다국가 임상 2b·3상 승인을 받고 5개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메디스팬은 면역원성을 최소화한 개량 플라젤린(flagellin) 'MSP-102'를 지난달 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NIAID)의 '면역증강제 데이터베이스(Compendium)'에 등록했다.

이번 등록으로 MSP-102는 NIAID가 주관하는 대규모 백신, 항암제, 알레르기 치료제 등에 함께 쓰이는 면역증강제 효능평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NIAID는 대규모 정부 지원으로 차세대 백신 보조제를 개발 중이다. 해외 기업 중에서는 메디스팬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메디스팬은 지난해 MSP-102를 포함한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개발 과제로 제2차 글로벌백신기술선도사업단의 백신 기반 기술 개발 분야 과제에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 측은 MSP-102를 인플루엔자 백신의 면역증강제로 우선 개발하고 향후 코로나19,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점막면역과 노령층에 효과적인 다양한 감염 질환의 백신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지분 투자한 기업 노바백스가 보유한 면역증강제인 '매트릭스 M(Matrix M)'을 활용해 자체 개발 백신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에 GSK의 면역증강제를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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