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최윤범 회장, 긴 침묵 깨다···"3주간 오늘만 보며 살아"

고려아연-베인캐피탈 연합···3.1조 투입해 공개매수 돌입

지분 최대 18% 확보···"주주들의 확실한 참여 독려 목적"

강경 대응 속 화해의 손길도···"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최근 벌어진 영풍 MBK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드디어 침묵을 깼다.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손을 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지 3주 만이다.

그동안 MBK·영풍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대응 전략을 최대한 감춰왔던 최 회장은 2일 재판부가 '고려아연 자기 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오래 갈고 닦았던 칼을 빼들었다.

최 회장은 이날 재판부 판결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재판부 결정으로 자사주 취득의 길이 열리자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전체 발행주식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를, 1주당 83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매수기간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한다.

또 이번 공개매수에는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도 공동매수자로 참여한다. 베인캐피탈은 약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주식 2.5%를 취득할 계획이다.

사실상 자사주 매입과 대항 공개매수를 동시에 진행하는 셈이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취득 예정인 총 주식수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18.0%에 달한다. 전체 금액은 3조1000억원 수준이다.

최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7~8% 주식을 확실하게 매입하는 동시에 주주들로 하여금 확실하게 우리가 제안하는 공개매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분 18%까지 매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풍·MBK 연합 '강경 대응'···최윤범 "시장 혼란 초래 행위"

고려아연이 반격에 돌입하자 이에 대항하는 영풍·MBK 연합은 곧바로 반발하기 시작했다. '자사주 매입 목적 공개매수 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가 하면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에 찬성한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MBK와 영풍이 법원 결정에 반하는 새로운 가처분을 제기한다는 것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잘못된 주장으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풍·MBK가 주장하는 ▲배임 ▲시세조종 ▲사본시장법상 별도 매수 금지 의무 위반 ▲대항공개매수 취지 반함 ▲주주총회결의에 따른 이익잉여금 한도상 자기주식 취득이 불가 등 법적리스크는 이미 법원의 가처분 기각 판단으로 해소됐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오늘 아침에 판결이 난 가처분 재판에서 주장한 부분의 재탕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공개매수 종료까지 단 하루 밖에 남지 않은 급박한 시간을 이용해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공개매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고려아연이 사모펀드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또다른 사모펀드를 끌어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그는 "고려아연은 배인케피탈과 어떤 계약도 존재하지 않고, 이번 계약은 고려아연 주주인 저와의 계약"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최근 벌어진 영풍 MBK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원아시아·이그니오 의혹 '정면 돌파'···"의혹 사실무근" 반박

이날 최윤범 회장은 영풍·MBK가 제기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와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의혹에 대해서도 '정면돌파' 했다.

최 회장은 "원아시아 투자는 의사결정과정에서 법령과 내규에 따라 필요한 모든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에 대해서는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핵심"이라며 "저들이 주장하는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라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앞서 고려아연은 인베스터데이에서 2028~2030년 동 생산을 15만톤 늘리겠다고 발표했다"며 "동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원료가 가장 중요하고, 이는 광산이 아닌 도시 광산에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네트워크에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이제중 CTO 부회장 역시 "이그니오 인수는 고려아연의 미래 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핵심"이라며 "이그니오 인수 당시 투자 심의위원회에 직접 참석해서 분석한 결과, 미래지향적으로 수익성이 우수하다고 봤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밝힌 바 있다.

영풍에 손 내민 최윤범 회장 '화해의 제스처'

이날 최윤범 회장은 영풍·MBK의 공세에 규탄하면서도 화해의 여지를 남겨뒀다. 특히 영풍 또한 고려아연의 주주로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풍이 이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경우, 영풍의 중대재해 및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 확대 등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만약 영풍이 원한다면 석포제련소의 현안 문제 해결에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저는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허심탄회하게 상의 드리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화해의 제스처가 맞다. "장 고문이 어떤 이유에서든 오해가 있다면 어린 사람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아 죄송하다"며 "적대적 M&A를 통한 분쟁 해결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면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